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소열차가 실제 노선에 투입된다. 국토교통부는 경원선 연천~백마고지역 21㎞와 교외선 대곡~의정부역 30.3㎞ 구간을 실증 노선으로 확정하고 2027년부터 시험 운행을 시작한다. 이번 사업은 탄소중립 철도 전환과 글로벌 수소철도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이다.
국토부는 '수소전기동차 실증 연구개발(R&D) 사업'의 세부 계획을 30일 공개했다. 2027년 말까지 321억원을 투입하며, 코레일·한국철도기술연구원·우진산전 등 7개 기관이 참여한다. 사업은 차량 성능과 운행 안전성을 실제 운영환경에서 검증하고 인프라를 함께 구축하는 국가 연구개발 과제로 추진된다.
실증 노선은 수도권 대표 비전철 구간으로 현재 디젤열차가 운행(경원선 예정) 중이다. 소음과 매연 등 취약점이 두드러지는 만큼 친환경 열차로의 전환 수요가 높은 곳이다. 국토부는 현장 조사와 기술 검토,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시험 환경과 충전·정비 접근성, 장래 수요를 종합 고려해 해당 노선을 최종 선정했다.
시험 운행에는 최고속도 150㎞/h, 1회 충전 주행거리 600㎞ 이상 성능을 갖춘 2량 1편성이 투입된다. 차량 출력은 1.2MW, 좌석 규모는 105~125석으로 설계됐다. 동력이 분산된 중·근거리용 구조에 양방향 운행이 가능해 통근 수요에도 적합하다. 차량은 우진산전이 제작을 맡는다.
코레일은 수색·청량리 차량기지에서 정비와 검수를 담당한다. 1년간 7만㎞ 이상 주행 시험을 거쳐 차량 성능·안전성, 시설물과의 적합성을 종합 점검한다. 실증 종료 이후 곧바로 영업 운행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목표다.

인프라 확충도 병행된다. 국토부는 연천역 부지에 열차와 버스·승용차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수소충전소를 내년까지 설치한다. 3800㎡ 부지에 시간당 160㎏급 충전기 3기를 갖춰 하루 최대 1300㎏ 수소 공급이 가능하다. 이는 수소열차 7편성 또는 수소버스 37대 충전 규모다. 열차는 약 43분, 버스는 18분, 승용차는 3분이면 충전된다.
충전소는 철도차량 유치선과 인접하고 도로 접근성도 좋아 운영 효율성이 높다. 주거·상업시설과는 80m 이상 떨어져 안전 확보에도 유리하다. 국토부는 충전소가 철도와 도로 교통 수소 모빌리티를 아우르는 거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코레일은 10월 1일 수소 전문기업 코하이젠, 연천군과 업무협약을 맺는다. 코레일은 수소열차 보급 확대, 코하이젠은 충전소 설치·운영, 연천군은 부지 제공과 차량 전환 지원을 맡는다. 연천군은 2033년까지 내구연한이 지난 관용차·시내버스 123대를 순차적으로 수소차로 교체한다.
국토부는 실증 사업 종료 후 수소전기동차 3편성을 추가 제작해 기존 노후 디젤차를 단계적으로 대체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철도 운영사, 충전사업자, 지자체 협력이 결합된 선도적 모델로 자리매김하면서 지역 수소 모빌리티 확산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
정의경 국토부 철도안전정책관은 “철도 탄소중립 실현과 서비스 혁신은 물론, 급성장하는 글로벌 수소철도 시장 선점을 위해 국내 수소열차 상용화를 앞당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관련 제도 개선과 기술개발 투자를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