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84세를 일기로 별세한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은 비철금속 산업의 부흥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는 특유의 기업가정신으로 고려아연을 글로벌 1위 종합제련기업으로 성장시켰다.
9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최 명예회장은 고려아연 창립에 앞서 온산제련소 건설을 추진하는 데 매진했다. 지난 1973년 정부는 중화학공업 육성계획을 수립하면서 울산 온산에 비철금속단지를 건설하는 방침도 결정했다. 최 명예회장의 부친 최기호 창업자는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동시에 제련업이 국제적 규모로 성장하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미국에서 유학 후 직장 생활을 하던 최 명예회장은 '한국으로 돌아와 일을 도와달라'는 최기호 창업자의 편지를 받고 1973년 10월 귀국했다. 이후 온산제련소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고 국민투자기금, 산업은행 뿐 아니라 세계은행 산하 IFC에서도 자금을 확보하는 성과를 이뤘다.
최 명예회장은 고려아연 창립 이후에도 회사 발전에 필요하다면 선제적으로 투자하면서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실천적 기업가 정신'을 발휘했다. 그는 1980년대 후반 연 제련 사업 진출을 회고하면서 “연 제련은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소결-용광로 공법을 채택해오고 있었으나 환경문제가 중요하게 대두하고 있어 새로운 공법으로의 전환 필요성이 높았다”며 “당시 개발된 신공법들이 모두 상업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우리는 과감하게 기존 공법이 아닌 신공법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1980년부터 1992년까지 사장과 부회장으로 재임하면서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생산시설을 확장하는 데 힘썼다. 세계 최초로 아연·연·동 제련 통합공정을 구현하고 DRS 공법을 국내외를 통틀어 처음으로 상용화해 연 제련에 적용하며 고려아연만의 독보적 경쟁력을 구축했다.

이 같은 최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자양분 삼아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 대표 주자이자 글로벌 공급망 중추로 거듭났다.
한편, 최 명예회장은 지난 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그동안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며, 임종은 부인인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아들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켰다.
장례는 지난 7일부터 4일간 회사장으로 치러지며, 장례위원장은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맡았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 영결식은 오는 10일 오전 8시에 열린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