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철강에 대해 상호관세 인상을 선언하자 야당이 정부의 무능을 질타했다.
EU 집행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유럽 철강업계 보호 대책을 담은 규정안을 공식 발표하며, 수입 철강 제품에 적용하는 글로벌 무관세 할당량(쿼터)을 작년 연간 3053만t에서 1830만t으로 47% 축소하고, 쿼터 외 수입 물량에는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50%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9일 논평을 통해 “EU가 철강 수입 쿼터를 절반으로 줄이고, 초과 물량에는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며 “이미 미국의 관세 폭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이제 유럽마저 철문을 걸어 잠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철보국, 즉 좋은 철을 만들어 국가와 국민에 헌신한다는 신념은 한강의 기적을 가능케 한 산업혼이었다”며 “하지만 지금 그 철강산업의 불길이 꺼져가고 있다. 보호무역의 거센 파고 속에 한때 국가 발전의 상징이던 제철의 혼이 관세와 규제의 벽에 갇혀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對(대)EU 철강 수출액은 44억8000만 달러로, 미국(43억5000만 달러)보다 많았다”며 “그 거대한 시장이 빠르게 닫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이어 EU까지 수출 문턱이 높아지면 국내 철강산업 전반이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미국의 50% 관세 부과 이후 대미 철강 수출은 7월 -25.9%, 8월 -32.1%, 9월 -14.7%로 급락했다”며 “여기에 EU의 관세 장벽까지 더해진다면 우리 철강산업은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했다.
비판의 화살을 정부에 던졌다. 최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정부 들어 5대 주력산업 중 하나인 석유화학이 이미 무너졌다”며 “정부가 '선 노력, 후 지원'이라는 미명 아래 몸을 숨긴 사이, 기업들은 '자구책 마련이 어렵다'고 절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계 각국이 산업 생존을 걸고 경제안보 전쟁에 나서는 지금, 우리 정부는 위기의 본질을 통찰하지 못한 채 돌파 해법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 운용의 기본 원칙과 기준을 모르는 민주당 정권의 고질적 한계가 지금의 위기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녹슨 철에 베이면 파상풍에 걸리는 것처럼, 철강이 녹슬면 국가가 흔들린다”며 “철강산업의 붕괴는 산업 생태계 전반의 위기로 번지고, 결국 국가경제 전체의 마비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을 정치권 전체 책임으로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철강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K-스틸법'은 여야 갈등 속에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초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했지만, 법안은 현재까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철강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K-스틸법'은 여야 갈등 속에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초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했지만, 법안은 현재까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