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더 기아 EV5(이하 EV5)'를 시승했다. EV5는 준중형 SUV 수준의 커진 차체와 공간은 물론 안정적 승차감까지 갖췄다. 약 100㎞ 구간을 시승하며 전반적인 완성도를 평가했다.
전장 5m 웅장한 차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폭은 1875㎜, 전고는 1675㎜,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축간거리는 2750㎜다. 대형 SUV에 버금가는 차체 크기로 2열에 앉았을 때 넉넉한 실내 공간을 느낄 수 있다.


실내는 공간성이 만족스럽다. 시트가 지면과 수평을 이루는 각도로 낮게 접혀 트렁크와 풀플랫으로 연결된다. 간식을 먹거나 노트북 작업을 할 수 있는 시트백 테이블, 2열 탑승자가 슬라이딩 방식으로 열어 사용할 수 있는 확장형 센터콘솔은 기아 EV5가 왜 '패밀리 SUV'라는 수식어를 붙였는 지 이해가 갔다.
EV5 외관 디자인은 기아 EV 시리즈 정체성을 계승했다. 전면부는 기아 전기차를 상징하는 타이거 페이스와 스타맵 시그니처 램프를 바탕으로 기아 SUV 패밀리룩을 완성했다. LED 램프와 주간주행등을 수직으로 배치하고 범퍼 디자인의 매끄러운 처리는 전기차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강조한다.


기아 EV5는 81.4㎾h 삼원계(NCM) 배터리와 전기 모터를 조합했다. 배터리가 460㎞ 주행거리와 전기 모터·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최고출력 160㎾, 최대토크 300Nm의 힘을 발휘한다.
실제 주행에서 동력 성능은 만족스러웠다. 전기차 특유의 가속감과 제동 성능도 운전자의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운행 환경에 따라 주행 모드를 에코·노멀·스포츠·마이 드라이브·스노우 등 총 5가지 중 선택할 수 있고 스포츠 모드는 상당히 적극적인 출력 전개를 보여준다.
전비는 5㎞/kWh,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460㎞ 이상도 가능해보였다. 350㎾급 충전기로 배터리 충전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약 30분이 소요된다. 회생제동 강도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1단계는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한 수준의 승차감을 보였고 2단계로 올려도 전기차 고속 주행 시 멀미가 심하지 않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첨단 주행 보조 기능이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앞차와 간격을 부드럽게 조절하며 차로유지보조(LKA) 기능은 차선 중앙을 안정적으로 지켜준다. 또, 정차 중 앞차가 출발하면 바로 알려줘 장기리 운전이 자주 있는 패밀리카 운전자에게 적합해 보였다.
가속 제한 보조도 인상적이다. 차량이 시속 80㎞ 미만 속도로 주행 중인 상황에서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깊고 오랫동안 밟아 가속하는 상태가 발생할 때 운전자에게 즉시 알려줬다. 1차로 클러스터 팝업 메시지를 통해 경고하고, 2차로 음성 메시지로 경고하며 가속을 제한하도록 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만 밟거나 가속 페달에서 1초 이상 발을 완전히 뗄 경우에 기능은 해제된다.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도 돋보인다. 차량 출발 시 전·후방에 장애물이 가까이 있을 때(1.5m 이내)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오인해 급조작하는 경우 클러스터 팝업 메시지와 경고음을 통해 페달 오조작 상황을 알려준다.
가속 제한과 제동 제어도 탁월했다. 특히 주차장과 좁은 골목길, 혼잡한 도심처럼 정차했다가 출발하는 경우가 잦을때 운전자 순간적인 착각이나 당황으로 인한 페달 오조작 사고를 방지하는 데 특화됐다는 평가다.
기아 EV5 판매가격은 롱레인지 △에어 4855만원(이하 전기차 세제혜택 적용 후, 개별소비세 3.5% 부과 기준) △어스 5230만원 △GT 라인 5340만원이다. 정부와 지자체 전기차 보조금을 고려할 경우 기본 트림인 에어를 기준으로 4000만원 초반부터 구매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가 기존 중국에서 판매하는 EV5 시작 가격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기아는 첨단 기능을 대폭 강화한 EV5를 앞세워 국내 전기 패밀리 SUV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겠다는 목표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