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2심에서 재산분할금이 새롭게 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경영권 위험부담이 낮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 3808억원,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심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금전 지원을 인정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 분할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이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에 불법 비자금 300억원을 지원한 사실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사실이라고 해도 비자금은 뇌물이므로 노 관장의 재산상 기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의 금전 지원을 피고의 기여로 참작한 것은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해 원심판결 중 반소 재산분할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환송한다”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 측 대리인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근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서 지난 항소심의 법리 오해나 사실오인 등 잘못이 시정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특히 항소심 판결의 배경으로 작용했던 SK그룹이 노태우 정권의 불법 비자금이나 지원 등을 통해서 성장했다는 부분에 대법원이 명확하게 잘못이라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SK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최 회장이 1조3800억원 규모의 재산 분할액을 지급하기 위해 SK 및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만약 파기환송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SK 지분(17.9%) 등을 매각해 재산 분할액을 마련해야 한다. SK의 경우 SK의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은 25.46% 밖에 되지 않아 일부를 매각할 경우 경영권 방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노 관장의 재산 분할액이 크다는 취지의 파기환송을 내린 만큼 2심에서 조정이 이뤄지면 SK의 경영권 리스크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