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AX(M.AX)' 골든타임을 잡아라]〈3〉AI 팩토리, 인력난 넘는 제조의 새 엔진

['제조AX(M.AX)' 골든타임을 잡아라]〈3〉AI 팩토리, 인력난 넘는 제조의 새 엔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으로 세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최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규모 불법이민 단속 여파로 현장 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단속으로 국내 복귀한 우리 인력은 미국으로의 재출국을 거부하고 있고, 그렇다고 미국 현지 주민을 무턱대고 채용해 공장 건설을 비롯한 숙련 업무를 맡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주요 기업들은 수출시장 현지에 공장을 짓고 현지 주민을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숙련공 확보는 세계적 난제가 됐다. 특히 우리 기업의 북미·유럽 생산기지가 확대될수록, 인력 리스크는 더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 공장을 움직이는 'AI 팩토리'가 제조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했다.

산업통상부는 '제조AX(M.AX)'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AI팩토리 확산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HD현대중공업 등 주요 제조기업이 이미 AI 기반 생산라인 전환과 무인공장 실증에 착수했다. 산업부는 올해 102개에 이르는 AI팩토리를 2030년까지 500개로 늘리고, 대기업 중심의 실증단계를 넘어 중소·중견기업까지 아우르는 전 산업 확산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AI팩토리는 제조공정 전반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고, 불량률과 탄소배출을 동시에 줄이는 모델이다. 산업부는 내년부터 AI팩토리 고도화사업을 통해 공장 설계, 시생산, 공급망, 물류, A/S 등 제조 전 단계를 아우르는 완전 자율형 '다크팩토리' 기술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계·로봇·운영체제(OS)·인프라를 통합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공장을 구현하고, 디지털 트윈 기반 '가상공장(Virtual Factory)' 기술도 병행한다. 디지털 트윈을 통해 설비고장, 공급망 변동, 자재 교체 등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이를 실제 공장과 연동해 원격 제어·예지보전·품질관리까지 자동화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제조기업의 AI 도입률은 아직 10% 수준에 그치지만, M.AX 얼라이언스를 통해 2026년 25%, 2030년 40% 이상으로 높이는 게 목표”라며 “대기업-중소기업 간 공동 실증과 데이터 공유를 제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AI팩토리 생태계의 핵심은 '연결'과 '확산'이다. 올해 구성된 M.AX AI팩토리 얼라이언스에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배터리 등 12개 업종 400여개 기업과 대학·연구기관이 참여했다. 이 조직을 단순 기술개발을 넘어 규제개선·금융지원·AI컴퓨팅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책 실험실'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제조혁신펀드와 국민성장펀드를 연계해 AI팩토리 구축 기업에 최대 50%까지 장비·설비 투자비를 지원하고,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을 통해 제조 AI 학습데이터를 개방·공유하는 체계도 준비 중이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과 같은 수준의 AI팩토리를 구축할 수 있도록 표준 모델을 마련해 단일 설비나 라인 단위에서도 적용 가능한 모듈형 시스템을 확산하고, 스마트팩토리 사업과 연계해 초기 구축비 부담을 줄인다. 산업단지 단위로 'AI팩토리 클러스터'를 조성해 기술·데이터를 공동 활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AI팩토리를 통한 경제적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선도사업에 참여한 주요 기업들의 결과에 따르면 평균 생산성은 15~30% 높아지고, 유지보수비는 10~20% 절감됐다. HD현대중공업은 선체 유지보수 로봇을 AI로 제어해 효율을 80% 개선했고, GS칼텍스는 정유 공정의 불완전연소를 사전 예측해 연료비를 20% 절감했다. 대덕전자는 AI 품질검사 시스템을 도입해 검사 시간을 90% 단축했다.

AI팩토리에선 로봇·센서·클라우드·AI반도체가 동시에 투입된다. 산업부는 이를 위해 AI 반도체 얼라이언스와 데이터 호환 체계를 구축하고, 사람과 함께 일하는 휴머노이드 실증사업을 병행한다. 삼성디스플레이·HD현대미포조선·CJ대한통운·LG전자·SK에너지 등 6개 제조현장에 투입된 휴머노이드 로봇이 조립·용접·물류 작업을 수행하며, 각 산업 현장에서 실제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에이로봇, 로브로스, 홀리데이로보틱스 등 국내 로봇 기업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글로벌 인력난이 장기화할수록 AI팩토리는 생산기지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인력난·탄소규제·보호무역이 복합적으로 얽힌 현시점에서, AI팩토리는 공장의 단순 자동화가 아닌, 산업주권을 지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

산업부는 기존 규제 틀을 넘어 AI 인프라·데이터·인재 투자를 아우르는 '제조 디지털 전환 패스트트랙' 정책을 연내 마련하고, 이를 통해 한국형 제조 AI플랜트의 수출 전략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