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공공기관은 일 년에 한 번씩 큰 시험을 치른다. 추석 연휴 전후 약 2주간 열리는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바로 그것이다. 국감은 국회의 꽃이다. 국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의원들이 행정부의 잘잘못을 따지고 개선을 요구하는 국가 발전의 시발점이다.
하지만 그 위상은 해마다 추락하고 있다. 여야의 다툼과 어이없는 언행들로 '아이들 보여주기 창피한' 촌극이 된 지 오래다. 특히 올해는 폭삭 망한 수준이다. 양극으로 갈라진 정치·사회 분위기와 계엄 사태로 인해 그 분위기는 마치 전장을 방불케 한다.
국감은 그동안 열악한 노동 현장 개선, 기업 폭리 견제, 공공 특혜를 파헤치는 등 많은 성과를 거두어왔다. 그 과정에서 흔히 '국감 스타'라 불리는 인물들이 관심을 받기도 했다. 곪은 곳을 찾아 도려내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지금은 점수를 후하게 주어도 '시간 때우기' 수준이다. 도로·철도·고압변전소 및 각종 시설물 관련 민원이 우후죽순 튀어나오고, 민간기업 증인에게도 민원을 요청하는 선까지 왔다. 어느 상임위는 피감 부처의 사전 설명이 없어 질의가 어렵다고 우는 소리를 한다.
욕설과 몸싸움은 일상이 됐다. 숙의와 합의가 미덕이던 원내에는 반목만이 남았다. 국감 스타는 없고, 셀럽을 등에 업고 입소문 좀 타려는 모습도 흔하다. 쇼츠영상 등 자극적인 콘텐츠의 클릭을 의식한 듯, 언행은 점점 거칠어진다, 영화 말죽거리잔혹사의 명대사 “옥상으로 따라와”가 국감에 등장했으니 더 기대할 것도 없다.
개별 지역구 민원을 굳이 국감에서 얘기할 이유는 없다. 다툼 역시 밖에서 따로 만나 하면 된다. 정작 국감에서 제기해야 할 콘텐츠가 없으니 쓸데 없는 일이 벌어지는 셈이다.
시대는 변했다. 가정도 일자리도, 그리고 생활과 사고방식까지 모두 과거와 다르다. 국회도 변해야 한다. 남은 국감 일정과 이어지는 예산안 처리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국회는 국민들에게 옥상으로 끌려갈 팔자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