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신 사과했다”…美 대학가 '복붙 사과메일' 논란 확산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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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명문대 강의에서 수십 명의 대학생들이 인공지능(AI)으로 작성된 '사과 이메일'을 교수에게 일제히 보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UIUC) 캠퍼스의 데이터사이언스 입문 과목에서 다수의 학생들이 AI를 이용해 출석 부정행위 후 사과문을 자동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과목은 1200명이 수강하는 대형 강의로, 칼 플래너건 교수와 웨이드 파겐·울름슈나이더 교수가 공동으로 지도하고 있다. 교수진은 최근 QR코드 기반 출석 시스템을 조작한 흔적을 발견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교수들은 학생들로부터 “sincerely apologize(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로 시작하는 거의 동일한 내용의 이메일 수십 통을 받았다. 문장 구조와 어투가 놀라울 만큼 일치했고, 조사 결과 챗GPT 등 AI를 통해 자동으로 생성된 문장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플래너건 교수는 “처음에는 진심 어린 사과로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비슷한 이메일이 오자 '이건 사람이 쓴 게 아니다'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두 교수는 지난달 17일 대형 강의실에서 실제 이메일 일부를 스크린에 띄우며 “AI의 힘으로 죄책감을 표현한 학생들”이라고 언급했다. 이 장면은 학생들이 촬영해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면서 'AI 사과문 사태'라는 제목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교수진은 이번 사건에 대해 별도의 징계 대신 '학문적 정직성(academic integrity)'의 의미를 되새기는 교육적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플래너건 교수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규정 위반이 아니라, AI 시대에 진정성이 무엇인지 묻는 사건”이라며 “학생들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고민할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 측은 “강의계획서에 AI 사용 제한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적인 징계는 어렵다”며 교수진의 결정을 존중했다.

김명선 km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