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자가 편집된 돼지의 신장을 인간에게 이식하는 정식 임상시험이 처음으로 시작됐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기술업체 유나이티드 세라퓨틱스(United Therapeutics)는 신장 기능이 정상인의 10% 이하로 떨어진 말기 신질환(ESRD) 환자를 대상으로 사상 첫 이종이식(xenotransplant) 임상시험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첫 수술은 뉴욕대(NYU) 랭곤 헬스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이번 시험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진행되는 공식 연구로, 생물학적제재 허가 신청(BLA)을 위한 '익스팬드(EXPAND)'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식용 장기인 '유키드니(UKidney)'는 유전자 10개가 편집된 돼지의 신장이다. 돼지 게놈에 6개의 인간 유전자를 추가해 면역 수용성을 높였고, 4개의 돼지 유전자를 비활성화시켜 거부반응과 과도한 성장 위험을 줄였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식수술을 집도한 로버트 몽고메리 NYU 이식연구소장은 “초기에는 환자 6명이 참여하며 모든 것이 순조로우면 참여 병원을 확대해 최대 50명까지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또 다른 미국 기업 이제너시스(eGenesis)도 자사의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을 이용한 이종이식 임상시험을 몇 달 내에 시작할 계획이다.
그동안 돼지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한 사례는 있었지만 모두 동정적 사용(compassionate use)'으로 분류된 실험적 시도였다. 이는 기존 치료법이 없는 중증 환자에게 FDA 허가 전 신약이나 실험 의약품을 무상 제공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이 제도를 통해 진행된 돼지 장기 이식 중 심장이식 2건과 신장이식 2건은 단기간 내 실패로 끝났다. 가장 오래 생존한 사례는 271일로,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수술받은 60대 남성이 기록을 세웠으나 지난달 이식 신장이 기능 저하로 제거됐다.
돼지 장기를 이용한 이종이식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 등에서도 활발히 시도되고 있으며, 이번 정식 임상시험이 인간 생명 연장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