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발리가 어쩌다 범죄섬으로… “자국민 관리하라” 각국 영사관 긴급소집

인도네시아 발리. 사진=게티이미지
인도네시아 발리. 사진=게티이미지

세계적인 휴양지로 꼽히는 인도네시아 발리가 최근 외국인 범죄가 급증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마약, 사기, 불법 투자 등 각종 사건이 잇따르자 현지 경찰은 24개국 영사관을 소집해 “자국민 관리에 협력하라”며 강력히 요청했다.

12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다니엘 아디탸자야 발리경찰청장은 지난달 31일 덴파사르에서 호주, 일본, 중국, 미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의 총영사와 대표단을 초청해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한국 영사관 관계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디탸자야 청장은 이 자리에서 “발리는 전 세계 관광객이 찾는 대표적인 여행지”라며 “관광 산업이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선 각국이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각국 정부에 자국민의 법규 준수와 범죄 예방 노력을 강화해 달라는 뜻을 전한 것이다.

발리 경찰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외국인이 관련된 범죄 사건은 총 301건, 관련자 수는 309명에 달했다. 단순 체류 위반을 넘어 마약 밀수, 사기, 불법 투자, 사이버 범죄 등 중대 사건도 포함됐다.

수완디 프리한토로 발리 경찰 지역사회개발국장은 “경찰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지방 정부와 이민국, 관광청 등 여러 기관이 협조해 건전한 관광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리 경찰에 따르면 올해에만 236명의 외국인이 범죄 또는 출입국법 위반으로 추방됐다. 국적별로는 러시아인이 가장 많았고 미국, 호주, 우크라이나, 인도가 그 뒤를 이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인도네시아 이민국은 특별 단속반(TF)을 꾸려 캉구, 우붓, 레기안 등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 여권 불시검문과 불법 체류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각국 영사관은 현지 경찰과 직접 소통할 연락관(Liaison Officer)을 지정해 외국인 관련 사건 발생 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했다.

SCMP는 “이번 회의는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로 발리 경찰이 외국 공관에 자국민 관리 의무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발리 내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의 비상식적 행동이 현지 사회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 사원에서 노출이 심한 옷차림을 하거나 신성시되는 나무에 올라타는 장면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인도네시아 관광부는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행동 수칙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했다. 안내문에는 “사원 출입 시 어깨와 무릎을 가릴 것” “신성한 장소에 오르지 말 것” 등 구체적인 규칙이 포함돼 있다.

아디탸자야 청장은 “법을 몰랐다고 해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며 “모든 불법 행위에는 예외 없이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올해 외국인 방문객이 65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안전하고 품격 있는 관광지로 유지하기 위해 강력히 단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