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드라이브]르노 세닉, 날렵한 핸들링 갖춘 '전기 패밀리카'

르노 세닉
르노 세닉

세닉은 프랑스 자동차 제조사 르노가 1996년 처음 선보인 콤팩트 다목적차량(MPV)이다. 지난 수십년간 혁신을 거듭하며 유럽을 대표하는 패밀리카로 자리매김했다.

전동화 시대를 맞아 세닉은 전기차로 변신했다. 르노는 IAA 모빌리티쇼 2023에서 세닉 E-Tech 100% 일렉트릭(이하 세닉)을 공개하며 전기 패밀리카의 새 기준을 제시했다. 세닉은 출시와 동시에 '2024 유럽 올해의 차'에도 등극하며 상품성을 입증했다. 올해 6월 국내에서 판매를 개시한 세닉을 도심과 고속도로, 서킷까지 약 400㎞ 구간에서 체험했다.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입체적인 디자인이다. 패밀리카를 표방하지만, 낮은 벨트라인과 풍성한 곡선을 활용한 실루엣으로 입체감과 날렵함을 강조했다. 차체 크기는 전장 4470㎜, 전폭 1865㎜, 전고 1590㎜의 균형 잡힌 차체 비율이다. 2785㎜의 긴 축간거리에 짧은 전·후면 오버행으로 더 단단하고 안정적인 인상이다.

르노 세닉
르노 세닉
르노 세닉 솔라베이 파노라믹 선루프
르노 세닉 솔라베이 파노라믹 선루프

배터리를 차체 하부에 배치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덕분에 실내 공간은 넉넉하다. 평평한 바닥 설계로 2열 좌석 기준 278㎜의 무릎 공간과 884㎜의 머리 위 공간을 확보해 여유롭게 앉을 수 있다. 트렁크 적재 공간은 기본 545ℓ이며, 2열 좌석을 접으면시 최대 1670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지붕에는 다른 차량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솔라베이 파노라믹 선루프를 적용했다. 재활용 유리를 50% 사용한 1.65㎡의 커다란 글라스 루프는 버튼을 눌러 유리 전체나 앞뒤 좌석을 각각 투명과 불투명 상태로 바꿀 수 있어 탑승자에게 개방감을 전달한다.

'ㄱ' 자형으로 자리한 대형 디스플레이는 요즘 유행하는 가로로 길게 뻗은 일체형 디스플레이보다 세련미는 덜하지만, 시인성이나 조작성 면에서는 한결 낫다. 운전석 12인치 가로형 스크린과 센터 콘솔 중앙 12인치 세로형 터치스크린으로 구성됐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할 수 있는 오픈 R 링크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탑재했다.

르노 세닉 실내
르노 세닉 실내
르노 세닉 2열 좌석
르노 세닉 2열 좌석

세닉은 유럽차 특유의 민첩성과 고급차에 준하는 정숙성이 돋보였다. 전기차치곤 꽤 가벼운 공차 중량(1855㎏)에 최고출력 160㎾, 최대토크 300Nm의 전기 모터가 출발부터 고속 주행까지 원하는 만큼 넉넉한 힘을 발휘해 고배기량 내연기관차를 탄 것처럼 여유 있는 주행이 가능하다.

엔진이 없는 전기차 특성상 정숙성은 승차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도심은 물론 고속도로에서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진동과 소음, 풍절음 등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기차와 견줘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경유지인 인제스피디움 서킷에서는 다른 차량의 방해 없이 차량을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차체 하부에 통합된 배터리는 무게 중심을 낮춰 서킷 주행에도 흔들림을 잘 억제했다. 스포츠카처럼 직설적 핸들링 감각으로 코너링 안정성과 고속 주행 시 느껴지는 차체 균형감이 기대 이상이다.

르노 세닉
르노 세닉

세닉의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 시간은 7.9초다. 스펙만으로는 경쟁 모델 대비 빠른 차라고 할 순 없지만, 전기차만의 즉각적 반응성과 탄력 있는 가속이 어우러져 균형 잡힌 퍼포먼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는 배터리 소비량을 최소화한 에코(Eco) 모드를 활용해 주행했다. 차량이 스스로 전기 모터와 난방 수준을 관리하며 최고 속도는 시속 115㎞로 제한됐다. 배터리가 60%가량 충전된 상태에서 200㎞가량을 정속 주행한 후 여전히 100㎞ 이상을 더 달릴 수 있었다. 전비로 계산해 보면 6.0㎞/㎾h 수준의 효율성이다.

세닉은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하는 87㎾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완충 시 최대 460㎞까지 주행거리를 인증받아 장거리 주행에도 큰 무리가 없다. 130㎾ 급속 충전기 사용하면 약 34분 만에 2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히트 펌프 시스템을 갖춰 겨울철 주행 거리 감소 현상도 최소화했다.

르노 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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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세닉은 유럽차만의 날렵한 주행 감성을 지닌 전기 패밀리카로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가족을 고려하면서 운전의 재미까지 챙긴 전기차를 원한다면 세닉은 괜찮은 선택지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