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이 내년 인건비 절감을 본격화 할 것으로 관측된다. 생산적금융, 포용금융 등 정책 재원 부담이 커진 데다 영업이익경비율(CIR)이 상승 전환하면서 가장 먼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전후 급격히 규모를 늘렸던 디지털 관련 인력도 생성형 AI 등 패러다임 전환을 맞아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한때 IT 개발자 채용 큰 시장이었던 금융권 역할이 퇴색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5대 은행 퇴직자는 2000명을 넘길 전망이다. 지난해 1987명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채용 규모는 줄이는 추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올해 상하반기 합산 공채 채용 인원은 1185명으로 지난해 1320명보다 10% 가량 줄었다. 2년 전인 2023년 연간 채용 규모 1880명과 비교하면 37% 가량 감소한 수치다.
디지털 관련 채용 규모도 축소 조짐이다. 올해 들어 금융권 IT 개발자 채용은 수요별로 비정기·간헐적으로 이뤄지며 큰 트렌드가 바뀌는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금융 서비스 확대로 급증했던 IT 인력 수요가 생성형 AI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디지털 인력은 이직률도 줄어든 데다, 생성형 AI 등 일종의 자동화 구간이 늘어나며 신규 인력 채용을 늘리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차세대 시스템 전환 작업을 마무리한 은행도 있고, 생성형 AI 등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신입 개발자를 뽑을 수요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채용 축소 배경에는 수익성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 올해 CIR은 상승 중이다. KB금융은 지난해 3분기 36.9%에서 올해 3분기 37.2%로, 하나금융은 2분기 38.5%에서 3분기 38.8%로 상승했다. 신한금융은 2분기 36.6%에서 3분기 37.3%로 올랐다. 우리금융도 3분기 43.3%로 예년 평균인 42.8%를 넘어섰다.
CIR은 총영업이익 대비 판매관리비(인건비, 임대료 등) 비중을 따지는 경영지표로 높을수록 효율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특히 인건비 상승이 CIR 악화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3분기 1조6800억원에서 올 3분기 1조7120억원으로 인건비가 2% 상승했다. KB금융은 2조1260억원에서 2조2190억원으로 4% 넘게 증가했다. 신한금융은 2조5990억원에서 2조6890억원으로 3.5% 상승했다. 우리금융은 1조9000억원에서 2조2940억원으로 20% 넘게 급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CIR 상승과 생산적금융·포용금융 등 정책적 재원 투입이 동시에 요구되는 만큼, 내년에도 희망퇴직·수시 인력 조정·디지털 전환 자동화 중심 효율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예 인력 중심·선택적 채용 체제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삼정KPMG는 올해 전망 보고서에서 “국내 금융권 내 디지털 전환을 위한 예산과 인력 규모는 2023년까지 증가세”라면서도 “글로벌 경쟁력 관점에서 국내 금융사 디지털 전환 수준에 대한 재점검 및 디지털 전환의 중장기적 플랜 재정비,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력 제고 방안 등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