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이터가 금융 분야를 넘어 의료·통신·에너지·공공 등 전 산업으로 확장되는 전환점에 섰지만, 지금 구조로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경고가 나온다.
토스인사이트 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마이데이터 산업은 구조적 병목 현상에 막혀 있다고 지적한다. 마이데이터는 이용자 편익과 함께 국가 데이터 경쟁력과 산업 혁신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다. 한국은 데이터3법을 시작으로 주요국과 비교해 빠른 속도로 마이데이터를 확산했으나 비금융 확장 단계에서는 제도, 기술, 비즈니스 전반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핵심 병목은 크게 네 가지다. 우선, 복잡한 동의 절차로 과도한 세부 항목이 이용자, 사업자 모두에게 피로감을 준다. 핀란드나 일본처럼 포괄 동의나 거부 옵션(옵트아웃)으로 개인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으나 한국은 지나치게 절차가 복잡하다.
전송요구권의 실효성도 부족하다. 원천기관이 데이터를 늦게 보내거나 품질이 낮아도 제재할 방법이 거의 없다. 호주는 미이행 시 과태료를 부과해 데이터 품질을 보장한다. 반면, 한국은 사실상 기관의 자율에 의존한다.
또 API 구조도 비효율적이다. 사업자와 기관이 일대일 방식으로 API를 연결하고 있다. 이는 기관 수가 늘어날수록 비용이 커지고, 장애도 더 자주 생기는 구조다. 보고서는 싱가포르의 중계 허브처럼 연결 구조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마이데이터는 특히 수익모델도 취약하다. 데이터 조회는 기본적으로 무료이고, 수익은 금융상품 중개 등 부수업무에 의존한다.
이처럼 중소 사업자는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여전히 가명정보 활용이 불확실한 것도 산업 고도화를 막고 있다.
보고서는 △동의 절차 간소화 △전송요구권 집행력 강화 △중계 허브 도입 △가명정보 활용 명확화 △사업자 수익구조 개선 등으로 병목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단순한 서비스 확대가 아닌, 제도와 기술 구조를 손보는 '체질 개선'이 필수라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 분야에서 마이데이터가 자리잡은 것은 정부 주도로 강력하게 추진된 게 속도를 높였다”며 “국민 생활 전반으로 확장하려면 품질 개선으로 방향을 잡아야 마이데이터가 실효성을 얻는다”고 말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