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초고령화 사회, 약국은 '디지털 접근성' 출발점

김슬기 바로팜 대표이사
김슬기 바로팜 대표이사

기술은 빠르게 진보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모두가 그 혜택을 동등하게 누리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복약 정보를 확인하고 키오스크로 병원을 예약하고 챗봇으로 상담하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가 되었지만 이 흐름 속에서 고령층은 점점 더 소외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쓰기 어려워하거나 작은 글씨를 읽기 힘들어하고 복약 알림 앱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건강정보는 넘쳐나지만 정작 가장 건강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은 그 정보에 닿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 고령층이 가장 먼저 찾는 의료 접점은 병원보다도 약국이라는 점이다. 특히 몸 상태를 제대로 진단하기 어려울 때 병원 대신 약국을 방문하는 경우는 빈번하다. 접근성이 높고, 대기 시간이 짧고, 무엇보다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약국은 단순히 약을 받는 장소가 아니라 고령자분들에게는 생활 속에서 반복적으로 만나는 가장 가까운 의료 공간이다.

하지만 이 중요한 접점에서도 디지털 정보는 거의 닿지 못한다. 복약 안내서, 제품 설명서, 건강기능식품 정보 등은 대부분 글자 위주의 작은 인쇄물로 제공된다. QR코드로 연결되는 건강 콘텐츠는 클릭하기도 어렵고 병원에서 받은 안내문은 이해하기 어려워 다른 가족에게 다시 설명을 부탁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건강정보를 여러 디지털 매체를 통해 아무리 열심히 전달해도 고령 환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듣는 방식이 더 익숙하다.

이런 현실에서 약국은 디지털 접근성의 마지막 미디어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도 키오스크도 챗봇도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약국은 유일하게 사람이 설명해주는 오프라인 건강정보 채널이다. 복약지도 한마디나 건기식 추천 한 줄 설명이 어떤 고령자에게는 유일한 건강정보가 되기도 한다. 기술이 불편한 사람에게는 여전히 사람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전달자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있는 공간, 바로 약국이 기술과 사람 사이의 가장 중요한 중간지점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약국이 기술을 거부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기술은 약국에서 훨씬 더 잘 활용될 수 있다. 환자에게 필요한 디지털 정보들이 약사를 통해 전달될 때 비로소 진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기술이 전면에 나서는 대신 약사의 설명을 보조하고 환자의 이해를 도우는 조력자로 작동할 때 디지털 소외 없이 건강정보가 전달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정교함이 아니라 정보에 접근하는 사람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모든 환자가 같은 방식으로 정보를 소비하지 않고 고령자에게는 텍스트보다 음성, 복잡한 앱보다 대면 설명, 자동화보다 반복이 더 익숙할 수 있다. 약국은 그런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공간이며 약사는 그 전달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약국 플랫폼과 헬스케어 기술기업들이 지향해야 할 방향도 결국 여기에 있다.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약사의 흐름과 환자의 현실을 중심에 놓는 설계나 복약정보, 제품 추천, 상담 기록이 하나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그 모든 것이 가능해지도록 할 때 비로소 약국은 초고령화 사회의 디지털 복약 도우미이자 정보 전달의 마지막 미디어로서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김슬기 바로팜 대표이사 baro.kim@barophar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