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술이 바꾸는 경기도의 재난안전 패러다임

[기고]기술이 바꾸는 경기도의 재난안전 패러다임

기후위기와 도시화가 겹치면서 재난은 복합·광역화되고 예측도 어려워지고 있다. 산불은 대형화하고, 산업단지 오염 배출은 은밀해졌다. 지반침하·교량 노후화·도로 결빙 같은 생활형 재난도 늘고 있다. 이제 재난 대응은 현장 경험이나 기존 시스템에만 의존할 수 없다. 실시간 상황 파악과 변화 신호 조기 탐지, 대응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과학기술 기반 대응체계가 필수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11월 문을 연 '경기도 재난안전연구센터'가 있다. 경기도 재난안전 정책을 기술 중심 체계로 전환하는 출발점이다.

도 재난안전연구센터는 '경기도 재난안전연구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를 근거로 설립된 연구조직이다. 기술·정책·행정을 한 축으로 묶는 통합형 재난안전 연구체계를 갖추고, 연구·기술 개발·정책 분석·행정 지원을 한 곳에서 수행하는 도 재난안전의 허브다.

대표 기술인 산불 조기감시 스캐닝 라이다는 대기에 레이저 펄스를 발사해 연기 입자 농도 등 광학 특성을 분석, 산불 초기 단계의 미세한 연기 변화를 포착한다. 강원 삼척시에서 실증해 성능을 입증했으며, 홍천군에는 2026년 설치 예정이다. 기존 폐쇄회로(CC)TV·열화상 장비로는 잡기 어려운 초기 연기를 정밀 탐지해 K세이프티 어워드 최우수상을 받았다.

산업단지 감시 분야에서도 스캐닝 라이다는 핵심 장비다. 시흥·안산·평택·동두천시 등 산업단지에 구축된 실시간 대기오염 감시체계는 단지 주변 미세먼지 농도 분포와 변화를 3차원(3D)으로 관측·시각화한다. 산업단지 대기질은 시·공간 변화가 커 단일 지점 수치보다 변화 흐름이 중요하다.

관측 자료는 경기도 기후환경관리과와 지자체에 실시간 공유돼 현장 점검과 행정조치로 이어지고, 이 체계는 OECD 공공혁신사례와 대한민국 적극 행정 대통령 표창에 선정되며 기술 기반 환경행정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센터는 산불·대기오염 감시를 넘어 도로·교량·지반 안전 기술도 개발 중이다. 밀리미터파(mmWave) 기반 블랙아이스 탐지 기술은 도로 표면 유전율 변화를 측정해 보이지 않는 결빙을 실시간 탐지한다. 야간·폭설·안개 등 시정이 나쁜 상황에도 사고 위험을 줄이는 겨울철 교통안전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다. 인공지능(AI) 기반 안개 인식·스마트 방무벽 기술은 CCTV 영상과 기상 데이터를 분석해 시정거리를 판단하고, 필요 시 방무벽을 자동 가동해 연쇄 추돌 등 사고를 줄이는 능동형 시스템이다.

교량 안전 분야에서는 비파괴 텐던 진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교량 내부 텐던은 구조 안전의 핵심이지만 기존 비파괴 기술로는 내부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센터는 탄성자기(EM) 기반 기술을 적용해 외부에서 텐던의 장력 저하·손상·부식 상태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도내 노후 교량을 대상으로 실증하고 있다.

또 도시에서 늘어나는 싱크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반 구조, 지하수 변화, 지표 변형 데이터를 결합해 지반침하 위험 지역을 선제 파악하는 기술도 연구하며, 행정안전부 공모에서 최우수로 선정됐다.

경기도는 기술 개발과 함께 재난안전 정책 기반을 다지는 연구도 추진한다. 올해 주요 연구는 △경기도 재난안전산업 진흥 기본 방향 수립 △재난안전조직 업무 효율화 △방재안전직 기능·역량 강화 △도내 재난안전산업 실태조사 △대외협력 기반 구축 등이다. 이는 경기도 재난안전 행정 토대를 강화하고, 기술과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설계도 역할을 한다.

재난안전은 도민의 생명과 직결된 공적 책무이고, 기술은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수단이다. 도 재난안전연구센터는 기술과 정책을 함께 발전시키며 '기술이 곧 안전이 되는 체계'를 경기도에서 먼저 구현하려 하고 있다. 이런 시도가 전국 지자체로 확산돼 대한민국 재난안전 수준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김관철 경기도 재난안전연구센터장 fehous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