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 전초기지' 자처했던 시바로지스, 임대료 미납으로 김포 물류센터서 철수

'김포한강신도시 물류센터' 전경 〈사진=강성전기자〉
'김포한강신도시 물류센터' 전경 〈사진=강성전기자〉

시바로지스가 C커머스(중국계 e커머스) 물류 거점을 만들겠다면서 입점했던 김포 물류센터에서 철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테무의 국내 물류 거점이 될 것이라는 비전을 밝히면서 물류센터로부터 지원금까지 받았지만 결국 임대료 미납으로 철수까지 이르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계 물류 대행사 시바로지스의 김포 구래동 한강신도시 물류센터 임차 계약이 최근 해지됐다. 지난 3월 입주한 지 약 8개월 여 만이다.

해당 센터는 축구장 22개 크기 규모로 연면적 약 5만평(16만5294㎡), 지하 1층~지상 10층 규모의 상·저온 복합 물류센터다. 수도권 전역을 통틀어도 보기 드문 대형 물류센터로 지난 3월 가동 당시부터 이목을 끈 바 있다.

임대료 미납이 계약 해지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시바로지스는 내부 설비 공사 기간을 뜻하는 '핏아웃', 임대료 면제 기간을 뜻하는 '렌트 프리' 기간이 끝나자마자 2개월 치 임대료를 지불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대와 달리 사업 확장세가 더뎌 매출이 발생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시각이 나온다. 실제 시바로지스가 운영했던 공간은 물류센터 내 2개층에 불과했다.

상업 부동산 시장에서는 예상했던 수순으로 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보증금 없는 10년 마스터리스(통임차) 계약이라는 점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공사지원금(TI) △시바로지스가 지난해 설립된 신생 물류 대행사라는 점 등을 이유로 김포 물류센터 계약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평가해왔다. 결국 우려대로 시바로지스는 100억원에 육박하는 TI만 챙겨 떠난 셈이다.

시바로지스가 이례적인 계약을 체결할 수 있던 배경에는 테무가 있다. 시바로지스는 테무를 비롯해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C커머스 물량을 대거 수주해 사업을 키울 것이라는 비전을 밝혀왔다.

테무는 김포 물류센터와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바로지스가 김포 물류센터를 발판으로 테무 물량을 확대하려 노력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테무에 입점한 벤더사를 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테무는 여전히 한국 내 자체적인 물류 거점은 없다는 입장이다. 테무 개인정보처리방침에 따르면 테무는 시바로지스를 비롯해 통다글로벌로지스틱스, YDH인터내셔널로지스틱스 등 11개 물류 협력사를 두고 있다. 시바로지스는 이번 일로 계약이 해지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무의 한국 직진출 선언과 맞물리다보니 물류 거점으로 부각된 측면이 있다”며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외에 다른 C커머스의 한국 진출이 예상보다 더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