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K-반도체 육성 방안 모색'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0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superdoo82@yna.co.kr (끝)](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2/10/rcv.YNA.20251210.PYH2025121013620001300_P1.jpg)
이재명 대통령이 반도체 등 국가 전략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의 걸림돌로 지적되어 온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의 완화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첨단 산업 분야의 막대한 자금 조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지 약 두 달 만에 구체적 실행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금산분리의 기본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현재 거의 마무리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금산분리 원칙은 본래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었으나,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가 필수적인 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이미 지나간 문제이자 오히려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 중”이라며 제도 개선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알렸다.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은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의 현장 건의에 화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곽 사장은 AI 메모리 수요 급증에 대비한 선제적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약 600조원, 청주 사업장에 향후 4년간 42조원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곽 사장은 “AI 메모리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선제적인 생산 능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도 “단일 기업이 600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투자를 독자적으로 감당하기에는 자금 조달에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수익을 낸 뒤 투자하면 공장 건설과 장비 반입에 3년 이상 소요돼 이미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며 “시장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미래 준비를 위해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발언하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가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0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superdoo82@yna.co.kr (끝)](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2/10/rcv.YNA.20251210.PYH2025121013260001300_P1.jpg)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최태원 SK 회장께서도 한참 전에 말씀하셨던 부분으로, 투자 자금 조달 문제에 일리가 있다”고 공감을 표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0월 샘 올트먼 오픈AI CEO를 접견한 자리에서 “독점의 폐해가 나타나지 않고 타 영역으로 확산되지 않는 선에서 AI 분야의 금산분리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일각에서는 대기업 특혜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 대통령은 대규모 자본 투입이 불가피한 첨단산업의 특성상 새로운 금융 투자 방법론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하에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날 SK하이닉스의 과감한 투자를 환영하면서도 수도권 집중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국가 전체적으로 600조원 규모의 투자는 매우 바람직하고 감사한 일이지만, 수도권 집중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며 정책 집행 과정에서 균형 발전과 산업 육성 사이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다른 반도체 업계 수장들도 AI 시대의 도래로 투자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 지원과 인프라 확충, 그리고 인재 육성 시스템 마련을 요청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AI 시장의 투자 규모가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감내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음을 토로했다. 전 부회장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학습부터 서비스까지 전 분야에 수조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고 진단하며 “전통적인 장치 산업인 반도체 역시 폭발적인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조성을 추진 중인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이러한 위기를 타개할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의 반도체 패권 다툼을 '국가 총력전'으로 규정하며 “결국 기술 경쟁력의 핵심인 우수 인재를 어떻게 확보하고 양성하느냐에 승패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조기석 DB하이텍 사장은 실질적인 인프라 지원을 요청했다. 조 사장은 “투자를 뒷받침할 양질의 정책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당장 클린룸 확장이 필요한 상황에서 폐수처리장 인허가 승인과 1만 톤 규모의 공업용수 추가 확보가 시급하다”며 정부의 신속한 행정 처리를 당부했다.
![발언하는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0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superdoo82@yna.co.kr (끝)](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2/10/rcv.YNA.20251210.PYH2025121011930001300_P1.jpg)
R&D(연구개발) 환경 개선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이준혁 동진쎄미켐 회장은 “R&D 비용에 대한 세제 혜택은 물론, 연구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연구 실패에 대해 면책해 주는 정책을 유도한다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율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국가 차원의 기술자 육성 시스템 부재를 지적했다. 황 회장은 “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기술자의 손끝에서 나온다”면서 “프로 운동선수를 육성하는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는 반면, 정작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세계 1등 기술자를 육성하고 보호하는 국가 시스템은 전무하다”며 체계적인 인재 관리 대책을 촉구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