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을 날아다니는 전투기와 폭격기는 보통 레이더에 바로 포착됩니다.
레이더 화면에 '점' 하나만 떠도, 그 위치와 이동 방향은 순식간에 읽히죠.
그런데 아예 점조차 뜨지 않는 비행기가 실제로 존재해요.
적의 눈앞을 날아가도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이 비밀 같은 능력의 이름이 바로 스텔스(Stealth)예요.
그렇다면 정말로 비행기가 레이더를 속이는 게 가능할까요?
어떻게 금속 덩어리가 하늘을 날면서도 보이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스텔스 기술의 의미와 작동 원리, 종류, 그리고 왜 이 기술이 중요한지 차근차근 살펴볼게요. 아울러 한국과 해외의 스텔스 적용 사례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스텔스란?
스텔스는 원래 '몰래 움직이다', '은밀하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예요.
군사 분야에서 스텔스는 적의 탐지 장비에 최대한 들키지 않도록 만드는 모든 기술을 말합니다.
즉, 스텔스는 단순히 “안 보이게 하는 기술”이 아니라 레이더, 적외선 감지기, 소음 탐지 장비, 전자 신호 감시 기능까지 모든 것을 동시에 속이는 종합 은폐 기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스텔스 기술은 비행기, 군함, 미사일, 잠수함 등 군사 장비 전반에 적용돼요.
스텔스는 어떤 원리로 작동할까?
스텔스는 한 가지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아요.
여러 과학 기술이 겹쳐져 하나의 '보이지 않는 무기'가 됩니다.

1. 레이더 반사 방향을 바꾼다
레이더는 전파를 쏜 뒤 다시 돌아오는 신호로 물체를 찾습니다.
스텔스 비행기는 표면을 뾰족하고 기울어진 각도로 설계해 전파가 레이더로 되돌아오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튀게 만듭니다. 이로 인해 레이더에 다시 돌아오는 신호는 극도로 약해집니다.
이를 저피탐 형상 설계(Low-Observable Shaping)로 부릅니다.
2. 전파를 흡수하는 특수 도료
비행기 표면에는 레이더 전파 흡수 재료(RAM)가 발라집니다.
전파가 반사되기 전에 흡수되어 사라지게 만들어 레이더 반사 단면적(RCS)을 줄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3. 엔진 열을 숨긴다
전투기는 강력한 엔진 때문에 열을 많이 냅니다.
스텔스 기체는 엔진을 깊숙이 숨기고, 뜨거운 배기를 식혀서 적외선 탐지에 잘 잡히지 않게 설계합니다.
이것을 적외선 저감(Infrared Reduction) 기술이라고 합니다.
4. 소리도 최대한 줄인다
잠수함이나 헬기는 소리가 곧 위치 정보입니다.
때문에 진동을 줄이고, 프로펠러 소음을 최소화하고, 내부 장비 마찰음까지 관리합니다.
이런 기술을 음향 저감(Acoustic Reduction)이라고 부릅니다.

스텔스 기술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스텔스는 숨기는 대상에 따라 이렇게 나뉩니다.
▲레이더 스텔스 → 전파 탐지 회피
▲적외선 스텔스 → 열 감지 회피
▲음향 스텔스 → 소리 탐지 회피
▲전자 스텔스 → 전자 신호 감시 회피
비행기는 주로 레이더와 적외선 스텔스가 핵심이고, 잠수함은 거의 전적으로 음향 스텔스가 생명이라고 볼 수 있어요.
왜 스텔스 기술이 중요할까?
현대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누가 먼저 발견하느냐”입니다.
먼저 발견하면 먼저 공격할 수 있고, 먼저 공격하면 싸움의 흐름을 거의 결정할 수 있어요.
특히 미사일과 전투기의 속도가 매우 빨라진 오늘날에는, 몇 초의 차이가 전쟁의 승패를 바꾸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스텔스는 공격 기술이기 전에 '생존 기술'이자, 전쟁의 시작을 좌우하는 기술이라고 불려요.
스텔스 전력은 상대가 눈치채기 전에 먼저 들어가 적의 레이더와 방공망을 무력화시키는 '문을 여는 역할'을 합니다.
스텔스 비행기는 적 방공망을 뚫고 목표 지점까지 숨어 들어갔다가 중요한 시설을 타격한 뒤 다시 안전하게 빠져나오는 임무를 맡습니다. 그래서 일반 전투기보다 더 비싸고, 더 적게 만들지만, 전쟁에서는 가장 먼저 투입되는 무기이기도 해요.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스텔스 기술이 전쟁을 막는 힘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이에요.
상대가 “저 나라는 우리가 먼저 발견하기도 전에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쉽게 전쟁을 걸지 못하게 되고, 이것이 곧 '억제력'이 됩니다.
이런 이유로 스텔스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보통 군사 강국으로 평가받고, 스텔스 전력의 수준은 그 나라의 첨단 군사 기술 경쟁력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한국의 스텔스 기술 적용 사례

KF-21 보라매 전투기
KF-21은 한국이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차세대 전투기로, 처음부터 스텔스 형상을 고려해 설계된 항공기예요.
기체 표면은 레이더 전파가 튕겨 나가도록 각을 살린 구조로 만들어졌고, 레이더 반사를 줄이는 구조 설계와 전자전 장비도 함께 탑재됐습니다.
다만 F-35처럼 무장을 모두 내부에 숨기는 완전한 5세대 스텔스기는 아니어서 '스텔스 요소를 적용한 4.5세대 전투기'로 분류돼요.
현재는 외부 무장 장착 방식이지만, 향후 개발될 Block-Ⅲ 개량형에서는 내부 무장창을 갖춘 완전 스텔스 전투기로 발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차세대 구축함 KDDX
KDDX는 한국 해군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스텔스 구축함이에요.
이 구축함은 레이더 반사를 줄이는 각진 선체 설계, 여러 장비를 하나로 묶은 통합 마스트, 적외선 신호를 낮추는 열 감축 구조 등을 적용해 적의 레이더와 감시 장비에 잘 잡히지 않도록 만들어집니다.
과거 군함이 '멀리서도 눈에 띄는 바다의 요새'였다면, KDDX는 '보이지 않는 바다의 방패'에 가까운 함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장보고-III 잠수함(KSS-III)
장보고-III는 한국이 독자 설계한 대형 전략 잠수함입니다.
이 잠수함은 소음을 최소화한 저소음 추진 시스템, 진동이 외부로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저진동 구조, 외부에 소리를 흡수하는 흡음 외피를 적용해 수중에서 거의 들리지 않도록 만들어졌어요.
잠수함은 들키는 순간 생존이 어렵기 때문에, 장보고-III는 '소리로 숨는 스텔스 무기'의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답니다.
해외 주요 스텔스 무기 사례
미국: 세계 최강의 스텔스 기술 보유국

F-22 랩터
세계 최초의 완전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입니다.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으면서도 초음속 비행과 강력한 공중전 능력을 동시에 갖췄고, 지금도 세계 최강의 공중전 전투기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어요.

F-35 라이트닝 II
스텔스, 정찰, 전자전, 공격을 모두 수행하는 다목적 5세대 전투기입니다.
여러 나라가 함께 운용하고 있고, 레이더 은폐뿐 아니라 전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똑똑한 스텔스기'예요.

줌왈트급 구축함
미국이 만든 세계에서 가장 스텔스한 군함입니다.
레이더에는 작은 어선처럼 보일 정도로 탐지가 어려운 특이한 외형을 갖고 있고, 차세대 해전 기술의 상징으로 불려요.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미 해군의 주력 공격형 잠수함으로, 극도로 낮은 소음과 강력한 탐지 능력을 동시에 갖춘 '보이지 않는 사냥꾼'입니다.

오하이오급 핵잠수함
핵미사일을 탑재한 전략 핵잠수함으로, 전쟁이 터질 경우를 대비해 평소에는 완전히 숨어서 바다를 떠도는 '최후의 카드' 같은 존재입니다.
중국: 스텔스 기술의 빠른 추격자

J-20
중국 최초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긴 기체와 각진 외형이 특징입니다.
장거리 요격과 스텔스 능력을 동시에 갖췄어요.
J-35
항공모함에서 운용하기 위해 개발 중인 함재용 스텔스 전투기로, 중국 해군의 스텔스 전력을 크게 끌어올릴 핵심 기종으로 꼽힙니다.

055형 구축함
중국 해군의 최신 대형 스텔스 구축함으로, 레이더 반사를 줄인 외형과 강력한 미사일 탑재 능력을 동시에 갖춘 '바다의 스텔스 요새'입니다.
러시아: 고성능 지향 설계

Su-57
고속 기동성과 스텔스 성능을 함께 추구한 러시아의 5세대 전투기입니다.
미국식 스텔스보다 기동성과 화력을 더 중시해 설계됐어요.

야센급 핵잠수함
러시아가 만든 최신 공격형 핵잠수함으로, 저소음 설계와 강력한 미사일 공격 능력을 모두 겸비한 전략 무기입니다.
프랑스: 균형형 스텔스 기술

라팔 전투기
완전한 스텔스 전투기는 아니지만, 레이더 반사를 줄이는 부분 스텔스 설계와 강력한 전자전 능력을 갖춘 다목적 전투기입니다.

바라쿠다급 핵잠수함
프랑스의 최신 전략 핵잠수함으로, 조용함과 핵 억제력을 동시에 지닌 유럽 대표 스텔스 잠수함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스텔스는 단순한 눈속임 기술이 아니라 레이더, 열, 소리, 전자 신호까지 함께 숨기는 첨단 과학 기술입니다.
이 기술 덕분에 군사 장비는 적에게 쉽게 들키지 않고, 전투에서 먼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우위를 얻게 됩니다. 스텔스를 누가 더 완벽하게 구현하느냐가 곧 군사력의 수준을 보여주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전투기, 군함, 잠수함에 스텔스 기술을 꾸준히 적용하며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혀 가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스텔스 기술은 전체적으로 중상(中上)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항공은 중(4.5세대), 수상함·잠수함은 상급 수준이라는 분석이 많아요.
관련 전문가와 군사기관이 주요 지표를 보고 평가하는데요.
세대(Generation)·레이더 반사 단면적·형상(Body shaping)·음향·적외선 저감 성능·운용력 등 여러 지표를 합산하죠.
앞으로 스텔스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우리 국방의 전력도 한 단계 높아질 것입니다.
최성훈 기자 csh87@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