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순현금 100조원 복귀' 삼성전자, 투자 시계 빨라진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삼성전자의 순현금 규모가 100조원을 돌파했다.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순현금은 100조6100억원, 전년(93조3200억원) 대비 7.8% 증가했다. 순현금은 현금과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단기상각후원가금융자산 등에서 차입금을 제외한 지표다. 순현금이 많을수록 재무 구조가 안정적이라는 의미로, 대규모 투자 여력도 높다고 볼 수 있다.

반도체 호황이 순현금 급증 요인으로 분석된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며 지난해 4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판매가격(ASP)이 전 분기 대비 각각 40%와 20%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큰 폭으로 증가한 자금을 반도체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수요 강세 장기화로, 전례 없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전경

삼성전자는 “신규 공장에 대한 투자를 선행, 클린 룸을 확보하고 이후 수요 추이를 살피며 증산이 필요한 시점에 설비 투자를 빠르게 실행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운영할 것”이라며 “올해 증가하는 CAPEX 중 일부도 신규 공장 부지 선행 확보 목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투자 전략과 대비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 동반 부진으로 평택 5공장(P5) 건설을 중단하고,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신규 생산 라인 완공을 연기하는 등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 바 있다.

선행 투자를 언급한 건 적극적인 방식으로 반도체 생산 능력을 늘리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투자 속도 조절에서 선회한 것이다.

100조원의 순현금으로 M&A도 적극 추진할 전망이다. 지난해 연말 사업지원실에 M&A 전담팀도 신설한 만큼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M&A 유력 대상은 로봇이다. 삼성전자는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제조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CES 2026'에서 로봇·공조·전장·메디컬 기술 등 4가지를 M&A 집중 분야로 꼽은 바 있다.

삼성전자 순현금 추이 - 단위: 원. (자료=삼성전자)
삼성전자 순현금 추이 - 단위: 원. (자료=삼성전자)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