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유언대용신탁 대중화를 꾀하며 3개월 만에 잔액이 5000억원가량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연간 증가액을 넘어서는 규모로, 모바일 간편 가입과 최소 가입금 완화 등 접근성 향상이 상품 성장세를 지속 견인할 전망이다.
11월 말 기준 5대 은행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총 4조41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8월 말 잔액 3조8894억원 3개월간 약 5238억원 증가한 수치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가 자신의 재산을 자산설계를 통해 사전에 지정된 상속자에게 승계할 수 있도록 은행과 신탁 계약을 맺는 상품을 뜻한다.
증가 폭은 직전 연간 증가액을 크게 앞질렀다.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2023년 3조1106억원, 2024년 말에는 3조5072억원으로 연간 4000억원가량 늘었지만, 최근 3개월 사이에만 5000억원 이상 증가하며 이를 추월했다.
가팔라진 잔액 증가 배경으로는 낮아진 '진입장벽'이 꼽힌다. 기존 유언대용신탁은 공증 절차 등 관리가 까다로워 접근성이 낮았으나, 은행들이 비대면·모바일 신탁 프로세스를 적극 개발하고 최소 가입 금액과 가입 연령을 완화하며 고객 진입이 활성화됐다.
KB국민은행은 가입연령을 40세까지 하향하고, 수억원대의 가입 금액은 1000만원까지 낮췄다. 신한은행은 별도 가입금액 조건을 두지 않고, 하나은행은 출시 초기 억원대였던 가입 금액을 상담을 통해 조정하고 있다. 가입 연령과 금액이 완화하면서 '억대 자산가 전유물'로 여겨지던 유언대용신탁에 고객 진입이 보다 용이해졌다. 우리은행도 가입 금액 문턱을 낮춘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최근 출시했다.
은행들도 신제품 출시와 서비스 다변화로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비대면 상속설계 체험 서비스 '나만의 상속노트'를 통해 유언대용신탁에 가입할 경우 세무사·변호사·회계사 등 전문가의 1대1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상속·증여 등 서비스 대중화에 나섰다.
유언대용신탁 상품군 역시 금(金) 신탁, 반려동물 관련 신탁 등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세분화되며 고객층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고령층뿐 아니라 중장년층 가입이 활발해지며 가입 건수와 잔액 모두 증가하는 추세다.
유언대용신탁을 중심으로 시니어 금융 시장 확장세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은행권이 이자 이익 비중을 낮추고, 비이자이익 중심 포트폴리오에 힘을 실으며 유언대용신탁 시장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올랐다. 특히 고령화 시대에 더불어 자산관리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적극적인 시장 공략을 이어갈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와 승계를 위한 상품군을 지속 발굴할 계획”이라며 “전 생애주기에 맞춘 금융 서비스를 계속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