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내세운 쿠팡…청문회 앞둔 쿠팡의 이중 국적

김범석 쿠팡Inc 의장
김범석 쿠팡Inc 의장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태를 야기한 쿠팡이 리스크 대응 국면에서 '미국 기업' 정체성을 전면에 꺼내 들었다. 외국 상장사 지위를 앞세운 리스크 관리가 국내 규제 대응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17일 청문회도 김범석 의장과 경영진 불참으로 '맹탕'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김명규 쿠팡이츠서비스 대표를 오는 17일 쿠팡 청문회 추가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쿠팡이츠 애플리케이션(앱) 개인정보 유출 여부, 쿠팡 앱과 연동되는 쿠팡이츠 배달 구조 시스템 등을 질의하기 위함으로 파악된다.

이로써 청문회에 참석하는 쿠팡 측 인사는 5명으로 늘었다. 지난 10일 선임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를 비롯해 △브랫 매티스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 △민병기 정책협력실 부사장 △조용우 국회·정부 담당 부사장이 김명규 대표와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과 강한승·박대준 전 대표는 불출석 사유서를 각각 제출했다. 김 의장은 사유서를 통해 “본인은 현재 해외에 거주하고 근무하는 중으로 전세계 170여 개 국가에서 영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라며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들이 있는 관계로 부득이하게 청문회에 출석이 불가함”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향후 '미국 기업'이라는 프레임을 중심으로 정치적 책임을 약화하는 방향으로 사태를 수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쿠팡은 임시 대표 해롤드 로저스 선임 자료에서 모기업 쿠팡Inc 앞에 '미국'이라는 수식어를 세 차례 표기했다. 사태 수습 주체 또한 한국 쿠팡이 아닌 '미국에 있는 쿠팡Inc'가 맡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청문회 참석 5명 중 두명이 외국인으로 채워지게 됐다. 외국인 증인은 언어 장벽은 물론 국내 규제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 실질적 답변을 듣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김 의장과 주요 경영진 청문회 불출석 역시 이러한 국적 프레임 전환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의장은 지난 2019년과 2021년, 2025년 국감과 올해 초 열린 청문회에서 각각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해외 일정을 사유로 국회 일정에 불참한 바 있다.

쿠팡의 이같은 행보에 대한 비판은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출발해 사업을 영위하다가 한국 소비자 정보가 유출됐는데 상장한 곳, 총수 국적이 미국이라는 이유로 외국 기업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문회 또한 마치 글로벌 기업을 상대하는 '맹탕' 청문회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청문회 질의는 쿠팡 내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김 의장에 집중되겠지만 외국인 CEO, CISO는 형식적인 대답만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회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국회는 불출석 3인방에 대한 후속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사후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고객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표면적인 책임이 CEO에 있다 하더라도 잘못된 기업문화 속에서 지속해서 사고가 발생하는 책임은 이사회에 있다”며 “이번 사안은 이사회를 책임지고 있는 김 의장이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