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문과로 입학해 공대 졸업장까지…한양대 '졸업전공선택제' 갑론을박”

(사진=에듀플러스가 챗GPT를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
(사진=에듀플러스가 챗GPT를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

문과로 입학한 학생이 공과대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한양대의 '졸업전공선택제'를 둘러싸고 SNS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한양대는 전공 간 경계를 허물고 학생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지만 제도의 파격성만큼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한 SNS에는 “공대를 목표로 준비한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억울할 수 있다”, “문돌이들이 공대 수업을 따라갈 수 있겠냐. 기초가 부족해 수업 따라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올라왔다. 고교 단계에서 물리·수학 심화 과목을 배우지 않은 학생들이 공대 전공으로 졸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차라리 공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낫다”, “결국 문과가 약화되는 구조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제도의 취지에 공감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할 수 있으면 해보는 것이고, 해내면 되는 것 아니냐”, “어차피 전과 제도는 점점 완화되고 있고 사탐을 선택한 학생도 공대로 진학하는 추세다”, “한양대 문과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실제 대학 현장에서는 이미 다양한 전공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공대 수업을 듣고 있다는 경험담도 공유되고 있다. 전공 과목에서 엄격하게 평가가 이뤄지는 만큼, 준비되지 않은 학생은 자연스럽게 걸러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전공 간 경계를 엄격히 나누는 방식 자체가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양대는 재학 중 이수한 다중전공을 졸업 시점에 주전공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졸업전공선택제를 2027학년도 1학기부터 도입한다. 기존 전과나 복수전공 제도보다 한층 유연한 방식으로, 학생이 입학 당시 선택한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학업 과정에서 적성과 진로에 맞춰 졸업 전공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문과로 입학한 학생이 공과대학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기존 대학 학사제도의 관행을 흔드는 파격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에듀플러스]“문과로 입학해 공대 졸업장까지…한양대 '졸업전공선택제' 갑론을박”

의대와 간호대 등 일부 전공은 특성상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며, 현재 재학생에게는 적용되지 않지만 향후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한양대 관계자는 “졸업전공선택제는 기존 다중전공 제도와 연계해 운영된다”며 “다중전공 선발 시 학과별 재학 인원, 기존 다중전공 인원, 교과목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발 규모를 정하고 있으며, 졸업전공선택제 역시 유사한 기준으로 운영해 특정 학과로의 과도한 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절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교육 전문가들도 졸업전공선택제를 두고 아직 단순한 찬반 구도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 교육정책 관계자는 “수요자가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고 학생들이 미래와 진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학업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수요자 중심 교육을 추구하는 제도”라며 “다만 학교 이름만 보고 진학하는 사례가 늘거나 특정 학문이나 분야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해 교수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고 덧붙였다.

이어 “융합형 인재를 요구하는 시대 변화 속에서 '결국 이렇게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하는 교수들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와 비교하면 대학들이 전과 제도를 보다 보편화하고, 요건을 완화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전과 제도를 엄격히 제한하거나 특정 학년 이후에만 허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저학년부터 학과 이동이 가능하고 전과를 쉽게 수용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전공 이동을 제도적으로 막는 것이 오히려 특정 학과 쏠림이나 학문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전공선택제는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대학들이 마주하는 보편적인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문 정체성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학생 중심의 전공 설계와 이를 뒷받침하는 학사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 한양대의 졸업전공선택제는 선도 사례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