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달청이 추진하는 경쟁 평가 방식 개편(안)에 조달 PC 업계가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시장에 사실상 단가 인하를 강요하는 제도라며 반발, 파장이 예상된다.
가격을 더 이상 낮출 수 없도록 '보호 장치'를 마련했음에도 '할인 경쟁'을 유도하는 평가 기준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등 구조적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조달청은 행정 예고한 '물품 다수공급자계약 업무처리 규정 개정(안)'에서 입찰 2단계 경쟁 때 새로운 가격 평가 방식 '혼합형'(B형 개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혼합형은 △제안 가격과 △나라장터에 등록된 계약가 대비 할인율을 동시에 평가하는 방식이다. '얼마에 판매하느냐' 뿐만 아니라 '얼마나 할인했느냐'까지 동시에 따져 점수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조달청은 가격 변별력을 높이고 조달 가격을 합리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조달 PC 업계는 이 같은 방식이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에만 불리하게 작동한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현행법상 데스크톱 PC 등 중기 간 경쟁제품에는 입찰 하한선이 있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과도한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 계약가격의 90% 미만으로는 입찰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이다. 즉, 할인율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반면에 새로운 평가 방식은 할인율을 평가 요소로 포함하고 있다. 조달 PC 업계는 최대 할인율이 90%로 고정돼 있어 점수를 더 얻으려면 나라장터에 처음 등록하는 '기본 계약 단가' 자체를 낮추는 방법밖에 없다. 결국 조달 PC 업체가 최소 이윤마저 포기해야 하는 출혈 경쟁에 내몰리는 것이다.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모니터·태블릿 등 일반 경쟁제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이들 제품은 할인율 하한선이 없으므로 나라장터 계약 단가를 높게 등록한 이후 실제 입찰 단계에서 10~20% 이상 할인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조달 PC 업계는 혼합평가 방식이 조달 가격을 낮추기는커녕 오히려 계약가격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부작용을 유도한다고 지적한다. 일반 제품은 할인율 점수를 얻기 위해 계약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반대로 중기 간 경쟁제품은 품질·기술이 아닌 가격 인하 경쟁만 남는 구조라는 것이다.
앞서 정부조달컴퓨터협회와 조달 PC 업체들은 △혼합형 평가 강제 도입 철회 △현행처럼 A형(가격 중심)·B형(할인율 중심)을 수요기관이 선택하는 기존 제도 유지 등을 담은 의견서를 조달청에 전달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제도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개편을 추진한 것”이라며 “조달 PC 업계 우려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