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과 역사 기반 인문 치유 프로그램이 디지털 과몰입 청소년의 스마트폰·게임 의존도를 실질적으로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한 사용 제한이나 차단 중심 접근이 아닌, 인문 활동을 통한 정서·인지 개입이 과몰입 완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시사점이 크다는 평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게임문화재단은 디지털 과몰입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문학·역사 분야 인문 치유 프로그램의 효과성 검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연구는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가 책임연구자로 참여해 수행했다.
이번 연구는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의 디지털 기기 의존도를 낮추고 심리·정서적 안정과 사회성 회복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연구 대상은 디지털 과몰입 청소년 45명으로 문학 분야 중학생 20명과 역사 분야 초등학교 고학년 25명이 참여했다. 프로그램은 올해 4월부터 5월까지 8주간, 총 8회기(회기당 120분)로 운영됐다.
문학 분야 프로그램은 문학 텍스트를 활용해 정서와 인지 기능 강화를 목표로 설계됐다. 관계 맺기, 주의집중·작업기억, 감정 조절·표현 등 3단계로 구성됐으며 토론, 글쓰기, 감정 나누기 활동이 병행됐다. 사전·사후 검사 결과, 프로그램 참여 이후 디지털 과사용 지표는 35% 감소했고 주의력 결핍·과잉행동(ADHD) 관련 지표도 28% 줄었다. 문학 텍스트를 읽고 감정을 공유하는 과정이 인지 및 정서 기능 회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역사 분야 프로그램 역시 유사한 성과를 보였다. 역사적 자료와 인물 전기를 매개로 자기 이해와 인지 기능 강화를 유도했으며, 감상·토론·글쓰기·놀이 활동을 결합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도 디지털 과사용은 35%, ADHD 지표는 28% 각각 감소해 역사 기반 치유 프로그램이 충동성 조절과 인지 기능 개선에 기여했음을 확인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우울·불안·공격성·충동성 등 정서 문제 척도에서 전반적인 안정세를 보였다. 문학 분야 참여자의 우울 척도는 사후 34% 감소했고, 행동 억제 및 행동 활성화 평가는 16% 줄어 스트레스 대처 능력과 자아존중감, 심리적 회복탄력성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스마트폰 과의존 척도와 인터넷 게임 과몰입 척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소가 확인된 점이 핵심 성과로 꼽힌다.
이와 함께 2025년 총 4회 운영된 '게임(디지털) 과몰입 해소를 위한 인문 치유 캠프' 역시 높은 효과를 보였다. 참가자 102명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 91.3%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참여 전 과몰입 위험군이었던 청소년 가운데 상당수가 일반군으로 전환됐으며, 사후 측정 결과 문제군은 80명에서 10명으로 87.5% 감소했다.
유병한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은 “디지털 과몰입 문제 해결은 단순히 사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청소년들이 건강한 대안 활동을 통해 정서적·인지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게임문화재단은 내년부터 인문 치유 프로그램을 전국 초·중등 교육기관과 청소년 관련 시설로 확대 보급하고 프로그램 질적 고도화를 위한 추가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