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제조업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반도체 산업 호조가 이어지고 석유화학 업계의 사업재편이 가속화되면서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산업연구원(KIET)은 지난 8~12일 업종별 전문가 121명을 대상으로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를 조사한 결과, 2026년 1월 제조업 업황 전망 PSI가 104로 기준치(100)를 웃돌았다고 21일 밝혔다. PSI는 100을 기준으로 전월 대비 변화가 없음을 의미하며, 200에 가까울수록 업황이 개선됐다는 응답이 많고 0에 가까울수록 악화했다는 응답이 많다는 뜻이다.
12월 제조업 업황 현황 PSI는 102로, 6개월 연속 기준치를 웃돌았다. 다만 전월(111) 대비로는 9포인트(P) 하락해 체감경기 개선 속도는 다소 둔화한 모습이다. 내수(104)와 수출(102) 모두 기준치를 웃돌았지만, 전월 대비로는 하락 전환했다.
생산수준 역시 102로 기준치를 넘겼으나 상승세는 꺾였고, 투자(107), 채산성(102), 제품단가(106)도 기준치를 웃돌면서도 전월 대비 하락했다. 재고 수준은 102로 집계됐지만 증가 응답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다.
1월 전망에서는 내수와 수출 간 온도 차가 컸다. 내수 전망 PSI는 96으로, 7개월 만에 기준치 아래로 내려섰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와 소비 회복 지연이 제조업 체감경기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수출 전망 PSI는 102로 기준치를 웃돌았다. 생산수준(105)과 투자액(115) 역시 기준치를 웃돌며 수출 중심의 회복 기대를 뒷받침했다. 다만 재고 수준은 99로 소폭 기준치를 밑돌아 수요 둔화에 대한 경계심도 함께 반영됐다.
유형별로 보면 ICT 부문은 여전히 기준치를 웃돌았지만 하락 전환했다. 12월 ICT 부문 업황 현황 PSI는 111로 8개월 연속 기준치를 웃돌았으나, 전월 대비 14포인트 하락했다. 1월 전망치 역시 107로 기준치는 넘었지만 하락 흐름이 이어졌다. 기계 부문은 현황(95)과 전망(98) 모두 기준치를 밑돌며 회복 지연이 지속됐다. 반면 소재 부문은 12월 현황 PSI가 91로 부진했으나, 1월 전망 PSI는 103으로 3개월 만에 기준치를 회복했다. 원자재 가격 안정과 일부 업종 수요 개선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세부 업종별로는 반도체와 바이오·헬스 업종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12월 기준 반도체 업황 PSI는 158, 바이오·헬스는 118로 기준치를 크게 웃돌았다. 다만 두 업종 모두 전월 대비로는 하락해 고점 부담도 동시에 나타났다. 디스플레이 업종은 69로 급락하며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였고, 철강(67), 가전(75) 등도 기준치를 크게 밑돌았다. 자동차(95)는 다시 기준치 아래로 내려왔고, 조선(87)은 정체 국면을 이어갔다.
1월 업황 전망에서는 화학 업종의 반등이 눈에 띈다. 화학 업종 전망 PSI는 127로 전월 대비 34P 급등하며 가장 큰 개선 폭을 기록했다. 반도체(137), 바이오·헬스(114), 가전(113)도 기준치를 웃돌았다. 반면 철강(83), 섬유(85), 디스플레이(85)는 기준치를 밑돌며 구조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산업연구원은 “제조업 전반의 완만한 개선 흐름 속에서도 내수 둔화와 업종 간 격차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경기 흐름은 수출과 고부가 산업의 지속성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