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연구의 목표는 논문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며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황민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는 수술로봇과 로봇 조작 기술을 연구하는 공학자다. 황 교수가 이끄는 '서지랩(SurGLab:Surgical Robotics and Robot Manipulation Laboratory)'은 차세대 연성 수술로봇과 인간 수준의 로봇 조작·자동화 기술을 통해 미래 수술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로봇은 이상적인 환경에서 완전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라,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현실 세계에서 사람과 협력하는 도구여야 합니다” 황 교수의 로봇이 현실속에서 사람과 끊임없이 협업해 실질적 도움이 되어야한다는 명확한 철학을 갖고 있다.
특히 수술 환경은 좁은 시야, 조직 변형, 출혈과 연기, 가림 현상 등 수많은 변수가 동시에 존재하는 고난이도 공간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완전 자동화보다는 사람의 판단과 로봇의 정밀성이 결합된 지능적 협업이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것이 황 교수의 관점이다.
황 교수는 박사학위 과정부터 유연한 수술로봇 기술을 연구해왔다. 그는 “기존 수술로봇은 소형화될수록 충분한 힘과 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면서 “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초소형 수술 로봇 관절 구조를 새롭게 설계하고, 로봇 팔이 낼 수 있는 힘을 기존 대비 두 배 이상 향상시키는 동시에 크기는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강인한 소형 관절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황 교수의 해당 기술은 2018년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열린 '서지컬 로봇 챌린지(Surgical Robot Challenge) 2018'에서 베스트 '어플리케이션 어워드(Best Application Award)'와 '오버올 위너 어워드(Overall Winner Award)'를 동시에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황 교수는 수술로봇 자동화 연구로 관심을 확장했다. 수술로봇은 케이블 기반 원격 구동 구조로 인해 필연적으로 위치 오차와 비선형성이 발생하는데, 연구팀은 이를 신경망 기반으로 모델링하고 예측해 로봇의 정밀도를 향상시키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 기술을 활용해 수술 모사 작업의 자동화 가능성을 실증했고 연구성과는 'IEEE T-ASE', 'IEEE RAL' 등 로봇 자동화 분야 상위 저널에 게재됐고, 관련 연구는 뉴욕타임즈와 'IEEE 스펙트럼'을 통해 대중에 알려졌다.
황 교수 연구팀이 이끄는 SurGLab은 현재 두 개의 연구 축을 중심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하나는 기존 강체 수술로봇의 한계를 넘어서는 차세대 연성 수술로봇으로, 사람의 자연 개구부를 통해 진입해 인체 내부를 따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을 목표로 한다. 또 다른 축은 매듭 묶기, 봉합, 조직 절제와 같은 고난이도 수술 동작을 대상으로 한 로봇 조작·자동화 기술이다.
황 교수는 “완전 자동화보다는 사람이 주도하고 로봇이 정밀 동작을 보조하는 공유 자율성(shared autonomy)이 수술 자동화의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이 실제로 쓰이지 않는다면 연구의 의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차세대 연성 수술로봇과 로봇 조작·자동화 기술을 통해 의료 현장을 비롯한 다양한 고위험 환경에서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로봇을 구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