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말을 전후해 우리나라 전기차는 역사적 변곡점을 맞는다. 지난 2011년 전기차 1호 판매 뒤 15년 만에 등록대수 100만대에 이른다.
연간 판매대수가 20만대를 넘어섰고, 한해 출시된 신차 중 차지하는 비중도 13%를 넘어섰다. 누가 보더라도 이젠, 차량 구매자의 중요한 선택지 중 하나가 됐다. 앞으로도 연간 판매대수와 신차 비중이 늘어나면 늘었지, 줄어들지 않을게 분명하다.
전기차 100만대 도래를 어떻게 볼 것인지와 그뒤 정책적 역할은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 관심이 높다. 무엇보다 관심이 쏠리는 건, 보조금 문제다. 정부는 일단, 올해 전기차 보조금 총액을 20%가량 증액해 1조원 가깝게 마련해뒀다.
그런데, 100만대는 시장에 어엿히 자리잡은 자동차 플레이어임을 가리킨다. 10년전 쯤 충전기도 깔리지 않았고, 주행거리도 미덥지 않을 때 일종의 '소비장려금'으로 붙여지던 때와 지금은 완전히 판이하다. 몇몇 모델은 벌써 유명인들의 자산 플렉스 도구가 되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엔 그 보조금 정책이 아직도 굳건하다. 오히려 증액되고 있고, 정부도 2030년까지 이 기조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 주요국은 보조금을 몇년전 폐지했고, 전기차 대국 중국도 2023년에 없앴다.
보조금이 오히려 소비자 착시를 가져온다는 시각도 있다. 잘 만든 국산 소형전기차가 배터리 에너지밀도·주행성능 기준에서 월등해 보조금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중국 중형급 모델이 더 적은 보조금을 받고도 최종 판매 가격에선 국산차보다 더 높은 가격경쟁력을 발휘한다.
15년간 100만대까지 끌어올리는 데 정부 보조금이 역할한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정부가 기존과 똑같은 목적과 기준으로 보조금을 늘리거나,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시장친화적이지 못하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전기차 확대 목적과도 부합하지 않다.
무엇보다 안팎에서 고전하는 국산 전기차의 내수 기반만이라도 다져주는 역할에 정책이 집중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소비자가 가격 부담을 좀 갖고라도 더 높은 성능과 안전성이 충족된 전기차를 선택하는 힘이 될 것이다.
그 전에 국내 생산 전기차에 대한 생산세액공제 같은 전환기적 정책 아이디어도 나오길 기대한다. 지금까지 보조금 위주 정책 전환 없이 200만대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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