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주 입장서 본 고려아연 美제련소 프로젝트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추진하는 테네시 제련소 프로젝트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을 짚어보자.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미국 정부의 10% 지분 취득을 문제 삼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다르다. 일반 주주 입장에서 이 거래가 과연 손해인가, 이득인가?

주주 관점에서 이번 프로젝트 본질은 명확하다. 고려아연은 약 1조원을 투자해 총 11조원 규모 미국 제련소를 100% 자회사로 소유하게 된다. 나머지 10조원은 미국 전쟁부·상무부의 정책 금융과 전략적 투자자들이 부담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약 3조원은 자본(Equity)으로 조달돼 부채비율 급증 우려를 차단했다. 미국 정책금융 대출 약 7조원은 15년 장기 조건으로, 제련소가 수익을 창출할 때까지 상환 압박이 없으며 조기 상환도 가능하다. 미국 상무부는 추가로 약 3100억원 보조금까지 지원한다.

2030년 본격 가동 시 연간 매출 약 5조6000억원, 영업이익 약 1조2500억원이 예상된다. 연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약 1조3000억원으로, 현재 온산제련소 본체에 맞먹는 규모다. 주주 입장에서 1조원으로 이만한 수익 자산을 확보하는 기회가 또 있을까?

더 중요한 것은 미국 시장 진출이다.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반도체, 방위산업이 집약된 세계 최대 핵심광물 수요처다. 고려아연은 이번 프로젝트로 미국 핵심광물 공급망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편입되며, 북미 전역을 공략할 거점을 확보한다.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은 이 사업의 안정성을 보장한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미국의 핵심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딜”이라고 평가했고, 스티브 파인버그 전쟁부 부장관은 “지난 50년간 제련산업 쇠퇴를 되돌리는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 미국 정부 10% 지분 취득이 최윤범 회장의 우호지분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근거 없는 가정에 불과하다.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합작법인(JV)은 미국 전쟁부 등 외부 전략투자자가 주도하며, 독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 더욱이 미국 정부는 고려아연 경영에 개입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제련소 생산물에 대한 우선 공급권 확보와 투자 수익을 목적으로 한다. 제3자 배정으로 기존 주주 지분이 약 10% 희석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상무부 보조금 약 3100억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시가 발행과 동일하다.

고려아연의 해외 진출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1990년대 호주 썬메탈제련소 건설 당시에도 국내 투자 축소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썬메탈제련소 준공 후 온산제련소는 세계 최대 비철금속 종합제련소로 진화했고, 아연·연·은 생산능력은 수배 이상 확대됐다.

미국 정부 투자를 받은 유사 기업들 사례 또한 시사하는 바 크다. 지난 7월 미국 정부가 지분 15%를 인수한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즈 기업가치는 56억달러에서 100억달러로 약 2배 증가했다. 고려아연 역시 한국의 전통 제련기업에서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퀀텀 점프할수 있다.

고려아연에는 수많은 일반 주주들이 있다. 이들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경영권 다툼이 아니라 기업가치 증대다. 1조원을 투자해 11조원 규모 미국 사업을 확보하고, 세계 최대 시장에 진출하며, 연간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수익원을 만드는 이 프로젝트가 과연 주주에게 손해일까?

단기 지분율 희석에 집착하기보다는, 중장기 기업가치 극대화라는 본질을 봐야할 때다. 이번 프로젝트가 향후 10년간 2000억달러 대미 투자를 해야 하는 우리 기업에 모범사례가 되기를 바란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부) heonjaes@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