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실습으로 말하는 반도체 교육…한국공학대 20년 결실

1400명 배출·삼성 글로벌 취업, 실습 인프라 완성
기업 협의체·국책 600억원으로 미래 기술 선도

반도체는 이제 스마트폰을 넘어 자동차, 배터리, 국방까지 관통하는 국가 인프라 산업이 됐다. 각국이 공장을 늘리고 공급망을 재편하는 와중에도 승부는 결국 '사람'에서 난다. 수십조 원을 쏟아부어도 공정을 읽고 장비를 다루며 트러블을 잡을 엔지니어가 없으면 라인은 멈춘다.
미세공정 고도화, 장비·소재 다변화, 품질·수율 경쟁이 동시에 진행되는 현장에서는 '기초 이론'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정 흐름을 머릿속으로 그려내고, 측정 데이터로 원인을 좁히며, 장비 조건을 조정해 문제를 해결하는 실전 감각이 필요하다.
한국공학대학교(총장 황수성)는 수도권 최초 정규 반도체학과를 바탕으로 20여 년간 현장형 커리큘럼과 실습, 산학 연계를 축적해 왔다.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 역량을 교육과 실습으로 연결하고, 학생이 설계-공정-측정·분석까지 한 흐름으로 경험하도록 구조를 다져 '현장 적응형 인재'를 길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졸업생들은 삼성전자와 글로벌 장비·소재 기업, 국내 중견·중소 반도체 기업 현장에서 공정·설비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으며 “교육의 결과가 현장에서 증명된다”는 평가받고 있다.
한국공학대 전경.
한국공학대 전경.
20년 정규 반도체학과…1400명 배출, 취업 성과 이어져

한국공학대는 수도권 최초 반도체공학과를 설립한 뒤 20여 년간 정규학과 체계를 유지해 왔다. 이 기간 1400명 이상 반도체 전공 졸업생이 국내외 반도체 산업 현장으로 진출했다.

취업 실적은 이 대학 반도체 교육 경쟁력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매년 삼성전자에 15명 이상, 램리서치(Lam Research),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 등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에 25명 이상이 취업하고 있으며, 다수 졸업생이 국내 중견·중소 반도체 기업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단발성 '취업 시즌 성과'가 아니라, 20년 넘게 작동해 온 교육 시스템이 만든 구조적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업 협의체·현장형 교수진·통합 실습…산업 연계 교육 강화

한국공학대 반도체 교육의 핵심은 산업과 맞물린 교육 구조다. 대학은 삼성전자와 글로벌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 국내 중견·중소 반도체 기업이 참여하는 '반도체 기업 협의체'를 운영하며 정기적으로 기술 동향과 인력 수요를 공유하고 있다.

기업 협의체 논의를 토대로 대학은 교육과정 개편, 산학 프로젝트, 인턴십·현장실습, 채용 연계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반도체 공정·장비·소자·제조 분야 산업 경험을 갖춘 교수진이 강의를 맡아 이론보다 실무 비중을 높인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실습 인프라도 특징이다. 학부생 전용 반도체종합교육센터(1090㎡)와 공동기기원을 중심으로 400여 종의 반도체·전자제조 장비를 갖추고 설계-공정-측정·분석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전공정 통합 실습 환경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학부 과정에서 실제 공정 흐름을 반복해 익히면서, 졸업 후 현장 적응 기간을 줄이고 있다.

누적 600억원 국책·지자체 사업…미래 기술 ‘다이아몬드 반도체’ 연구도 확대

한국공학대는 이런 교육 역량을 바탕으로 △국가 반도체 인재양성 사업 △반도체 특성화대학 지원사업 △첨단장비 활용 인력양성 사업 △소부장·첨단산업 혁신융합대학 사업 △경기도 반도체 인력양성 사업 등 다수 국비·지자체 사업을 수행해 왔다. 반도체 인력 양성 관련 누적 사업 규모는 600억원을 넘어선다.

연구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남옥현 교수 연구팀은 차세대 반도체로 꼽히는 '다이아몬드 반도체' 분야에서 국내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글로벌 특허를 출원했다. 교육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 반도체 기술 경쟁력까지 준비하는 대학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반도체 교육 경쟁력은 단기간에 만들어지기 어렵다. 20년 넘게 축적된 교육 경험, 해마다 반복되는 취업 실적, 1400명 이상의 졸업생 네트워크, 기업 협의체 기반 산학협력, 대규모 실습 인프라, 원천기술 연구 성과가 맞물릴 때 완성된다.

한국공학대 관계자는 “반도체 인력 양성은 단기 프로그램이나 캠페인 차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 정규학과와 산업 연계를 기반으로 한 장기적인 시스템 구축이 핵심”이라며 “기업과 함께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실무 인재를 꾸준히 배출하고, 다이아몬드 반도체 같은 차세대 기술 연구도 강화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시흥=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