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한국형 AI 필승카드- “AI 기지국, 기술자립·표준선점 속도전”

AI 기지국 생성 이미지
AI 기지국 생성 이미지

피지컬 인공지능(AI)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이를 구현할 핵심 인프라인 지능형 기지국(AI-RAN) 기술 확보 경쟁이 본격화됐다. 정부가 피지컬 AI 세계 1위를 목표로 내세운 배경에는 단순 AI 모델 경쟁을 넘어 물리 환경에서 작동하는 AI를 누가 먼저 구현하느냐가 글로벌 주도권을 가를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특히 AI랜은 이미 세계적 수준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보유한 우리나라가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승부처로 꼽힌다.

로봇이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동작하기 위한 반응 속도 한계치는 200ms(0.2초)다. 외부 정보를 인식해 행동으로 옮기기까지의 지연시간이 0.2초를 넘으면 초정밀·실시간 제어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 온디바이스 AI로는 복합적 판단에 한계가 있고 클라우드 서버는 지연시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그 해법이 바로 AI랜이다. AI랜은 무선 전송 역할에 AI 컴퓨팅 기능을 더한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이다. 기지국에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해 운용 효율을 높이면서 근접에서 연산·제어가 가능한 엣지 AI 인프라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추론 지연을 30~100ms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 또 AI 트래픽에 따라 리소스가 최적화되고 물리 객체는 더 적은 전력으로도 고도 동작이 가능하다.

AI랜 시장 선점을 위한 빅테크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엔비디아는 티모바일·노키아와 손잡고 GPU 기반 AI랜 통합 플랫폼 '에리얼(Aerial)'을 내놨고 소프트뱅크 역시 기지국에 GPU를 넣어 엣지 컴퓨팅을 실험 중이다.

한국도 삼성전자와 이동통신 3사 중심으로 AI랜 상용화를 위한 기술 실증이 본격화됐다. 전문가들은 AI랜 상용화에 있어 우리나라가 유리한 기술적·구조적 여건을 갖췄다고 강조한다.

최성호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PM은 “기지국 단위마다 GPU를 넣으려면 비용부담이 크지만 한국은 국사 집중국 중심의 집약된 네트워크 구조를 갖추고 있어 연산 자원을 상대적으로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기지국에 GPU를 설치하는 것이 아닌 거점 역할을 하는 200여개 통신국사만 AI랜으로 전환하면 전국적 AI망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재정·정책적 역할이 요구된다. 특히 가상 네트워크에서 기술을 학습·검증하고 이를 실제 환경에서 적용·평가할 수 있는 국내 통합형 연구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 또한 엔비디아 GPU 기반 AI랜 생태계 의존을 줄이고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해선 궁극적으로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한 AI랜 기술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시험망이 구축되면 해외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혁신기술·표준 선점뿐 아니라 글로벌 확산 선도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AI랜 기술 개발 주도를 통해 컴퓨팅, 소프트웨어, 앱 서비스 등 전·후방 산업까지 경제적 기대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약 450억원을 투입하는 'AI-RAN 글로벌 선도 프로젝트'를 통해 AI랜 생태계 확장을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