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나 업종은 손님이 많으면 물을 더 데워야 하니 비용이 같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수열·공기열 히트펌프를 도입해 연료비를 30% 줄일 수 있었습니다.”
목욕탕·사우나, 양어장, 과실재배업 등 소상공인들이 '소상공인 에너지효율향상 지원사업'을 통해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구조적 리스크를 해결하고 있다. 매출 확대에 따라 임대료 수준으로 치솟는 전기요금을 절감해 사업의 영속성을 확보하고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올해 소상공인 530개소에 189억원 지원을 통해 히트펌프 등 고효율설비 84㎿를 보급했으며, 연간 2만3000toe 에너지 절감효과가 예상된다. 소상공인 사업장당 월평균 240만원 수준의 에너지비용을 절감해 평균 설비투자비용 4900만원을 2년 이내에 회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목욕업·숙박업 등 에너지가격 민감 업종 타깃, 사업 확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해 에너지사용량이 많아 에너지가격 상승에 민감한 목욕업, 숙박업 등 업종을 타깃으로 맞춤형 '소상공인 에너지효율향상 지원사업'을 도입했다. 소상공인 협단체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축해 정책 기획단계부터 소상공인(국민) 참여 등 의견수렴을 적극 추진했다. 수요자 니즈를 반영한 과감하고 차별성 있는 맞춤형 지원사업을 기획·개발하고, 운영·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에 걸쳐 적극행정을 추진했다.
기존 지원정책은 단편적·일회성의 전기요금 지원 등에 그쳤고, 에너지효율향상 등 실질적 도움이 되는 지원정책에서 소상공인은 소외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영세 소상공인의 경우 전기요금을 최대 20만원을 일괄 지원한 반면, 에너지사용 비중이 큰 산업·기업체 중심으로 에너지효율화 지원 정책과 제도가 집중된 바 있다.
실제 소상공인의 경우 코로나로 인한 매출 급감, 코로나 이후 소비회복 둔화, 에너지가격 폭등으로 영세 경영난이 지속 가중됐다. 2023년 여름에는 소상공인 전기요금이 봄철보다 58% 폭증하기도 했다. 특히, 난방·급탕 등 에너지소비가 많은 목욕업, 숙박업 등 업종이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목욕탕은 연료비가 매출의 50% 차지하고 연료비 인상에 90%가 '매우부담'이 된다고 응답했다. 난방비 인상이 이용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이용자가 감소해 폐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소상공인이 체감할 수 있는 도움을 주고, 에너지절감 및 탄소배출 감축 등 국가적 아젠다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기존 지원사업은 효율관리제도 품목만 지원하면서, 필요한 설비에 대해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는 지적을 반영해 효율관리제도외 설비라도, 절감효과성이 입증된 히트펌프 등 설비를 지원품목에 대폭 반영했다.
“수천만원의 설비비용 부담, 신규창업자는 지원받기 어렵다”는 애로사항을 반영해 최고수준 지원율을 설정, 지원범위 대폭 확대했다. 총 사업비 70%를 지원하고, 신규창업자 등을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신청서류가 복잡하고, 절차는 너무 어렵다. 설비 용량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는 점을 받아들여 사업 신청부터 사후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또한 에너지전문기업을 통한 사업계획서 작성 등 종합 컨설팅을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189억원 지원해 고효율설비 84㎿ 보급…연간 2.3만toe 에너지 절감
정부는 '소상공인 에너지효율향상 지원사업'을 통해 고효율설비의 설치비를 지원해 소상공인 에너지효율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에너지비용 부담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지원금 품목별로 1억5000만원 또는 3000만원으로 차등지원됐다. 수열히트펌프, 공기열히트펌프 중 한 종류 이상 포함된 경우는 1억5000만원 이내로 지원한다. 수열히트펌프, 공기열히트펌프를 포함하지 않는 경우는 3000만원 이내로 지원한다.
지원대상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급한 소상공인확인서를 발급받은 소상공인이다. 소상공인은 에너지전문기업(ESCO, 수요관리사업자, 에너지진단전문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 신청을 하면된다.
'소상공인 에너지효율향상 지원사업'은 기후부와 에너지공단이 소상공인협의체와 적극 소통하는 과정에서 파악한 애로사항·니즈를 반영해 개발된 지원사업이다. 소상공인 전용 지원 정책 개발·운영을 위한 전용 소통채널로, 소상공인연합회, 업종별 협·단체 등 15개 유관 단체로 구성해 2023년 6월부터 운영 중이다.
올해 지원사업은 소상공인협의체 의견, 지난해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를 반영해 소상공인 만족도 향상을 위해 한층 강화했다.
모든 지원절차를 속도감있게 추진해 전년대비 사업공고 19일, 설명회 23일, 선정평가를 63일 단축했다. 특히 전수 사전현장점검을 선정평가 이후 선정된 사업장 대상으로만 진행해 평가 기간을 줄였다.
지원금액 한도를 2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해 소상공인 수혜자 범위를 확대했다. 전년대비 단위 지원금액당 지원사업자수가 5% 증가했다. 특히, 지원사업을 통해 고효율설비 도입으로 발생한 탄소 감축효과를 배출권거래제 외부사업과 연계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올해 소상공인 530개소에 189억원 지원을 통해 히트펌프 등 고효율설비 84㎿를 보급하였으며, 연간 2만3000toe 에너지 절감효과가 예상된다.
이는 고효율설비를 지원받은 소상공인 사업장당 평균 2960만원/년 에너지비용을 절감한 수치로, 평균 설비투자비용 4900만원을 2년 이내에 회수할 수 있다. 고객 니즈를 반영한 사업운영을 통해 2개년 연속 97점 수준으로 높은 고객만족도를 유지하고 있다.

◇“목욕탕에 히트펌프 도입, 연료비 30% ↓”…비용절감 효과 확인
올해 '소상공인 에너지효율향상 지원사업' 지원 결과, 목욕업, 숙박업, 농업 순으로 많은 소상공인이 지원 혜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목욕업은 수열히트펌프와 공기열히트펌프에 대한 수요가 높다. 이를 통해 연간 9422toe 에너지를 절감하고 에너지비용을 63억63000만원 절감했다.
실제 충남 소재 '가○사우나'는 수열히트펌프 1대(100㎾), 공기열히트펌프 3대(66.3㎾ 2대, 68㎾ 1대)를 설치했다. 기존 등유·전기보일러 대비 에너지절감률이 67% 수준으로 연간 5600만원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 소재 '속초스파○○주식회사'는 수열히트펌프 1대(180.47㎾)를 설치했다. 전기보일러 대비 에너지절감률이 37% 수준으로 약 2년만에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가○사우나 관계자는 “'소상공인 에너지효율향상 지원사업'을 통해 수열히트펌프와 공기열히트펌프를 도입한 덕분에 강경읍에 남은 마지막 사우나를 지킬 수 있었다”라면서 “기존에는 억대에 달하는 초기 설치비용이 부담되어 설비 교체가 많이 고민됐었는데, 지원을 통해 투자 비용이 약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 운영 여건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크게 체감한 변화는 전기료 절감으로, 지원받고 나서 전기 사용량 대비 비용이 약 50%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
숙박업에서도 공기열히트펌프와 수열히트펌프에 대한 수요가 높다. 이를 통해 연간 2635toe 에너지 절감효과와 에너지비용 17억9100만원 절감효과가 기대된다. 실제 경남 소재 '하○○사우나호텔'은 수열히트펌프 1대(260㎾)을 설치했으며, 기존 노후화된 히트펌프 대비 에너지절감률이 21% 수준으로 연간 4800만원 절감이 예상된다.
하○○사우나호텔 관계자는 ““소상공인 에너지효율향상 지원사업을 목욕업협회를 통해 알게 된 시기는 주변에 경쟁업체가 생겨나고 코로나 여파로 손님이 반 이상 줄게 되어 힘든 때였다”라면서 “이미 10년 전 자비를 들여 히트펌프를 설치한 적이 있던 터라, 망설임 없이 2023년과 2024년 모두 지원사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설비교체 전에는 등유 100%로 운영했지만, 히트펌프 도입 후에는 전기 60%, 등유 40%로 운영하면서 월 1500만원 정도 나오던 연료비가 30% 정도 줄었다”라면서 “지방에 있다 보니 보일러 전문 인력 출장비가 부담되었는데, 최신 설비로 개선하면서 고장 발생이 감소하고 출장비 등 유지관리 지출이 줄어든 덕분에 비용 절감이 많이 됐다”고 부연했다.
농업분야는 공기열히트펌프와 멀티전기히트펌프시스템 수요가 높다. 이를 통해 연간 2482toe 에너지 절감효과와 에너지비용 17억4000만원 절감효과가 기대된다. 실제 경기도 소재 '아○○스마트팜'은 공기열히트펌프 1대(70㎾)를 설치했으며, 기존 전기온풍기 대비 에너지절감률이 77% 수준으로 약 1년반만에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기획 : 기후에너지환경부·전자신문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