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 '셀프 조사' 지적에 대해 추가 사실을 공개하며 정면 반박했다. 지난 몇 주간 매일 정부와 소통하며 사태를 수습하고 밝혀낸 사실과 진술서, 장비까지 모두 제출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쿠팡 발표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가운데 진실 공방은 정부-기업 간 정면 충돌 국면으로 확산되고 있다.
26일 쿠팡은 입장문을 내고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앞서 쿠팡은 전날 공지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자를 특정하고 유출된 3000개에 불과했고 외부 전송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태 수습 국면에서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이 아닌 쿠팡이 단독으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셀프 조사' 논란이 불거졌다.
쿠팡은 전날 발표 내용이 '셀프 조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 지시에 따라 몇 주간에 걸쳐 매일 긴밀히 협력하며 진행한 조사라는 주장이다. 쿠팡은 해명을 위해 사태 발생 이틀 뒤인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의 타임라인을 모두 공개했다.
쿠팡이 제시한 타임라인을 살펴보면 쿠팡은 지난 1일 정부와 만나 전폭적인 협력을 약속했고 2일 정부로부터 유출 사고에 대한 공식 공문을 받았다. 이후 매일 정부와 협력해 유출자를 추적·접촉하며 소통했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유출자 대면도 정부 측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정부가 정보 유출자 접촉을 제안했고 이후 정부와 협력하며 14일 유출자를 처음 만났다.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1차 회수했다. 14일과 16일 모두 정부에 보고했고 이후 17일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도 정부에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출한 즉시 정부가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당시 정부는 쿠팡에 정보 유출자로부터 추가 기기를 회수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추가 기기 회수 요청에 따라 쿠팡은 지난 18일 인근 하천에서 유출자 맥북 에어 노트북을 회수했다. 이후 정부 지시에 따라 포렌식 팀을 투입해 물증을 확보하고 증거를 문서에 기록한 즉시 노트북을 정부에 인계했다는 설명이다. 쿠팡은 이날 노트북 회수 과정이 담긴 동영상과 회수된 노트북 사진을 함께 배포했다.
쿠팡은 “지난 21일 정부는 쿠팡이 하드드라이브, 노트북, 세 건의 진술서를 경찰에 제출하도록 허가했다”며 “쿠팡은 억울한 비판을 받았음에도 수사 과정 기밀을 유지하고 세부 조사사항에 대해 공개하지 말라는 정부 지시를 철저히 준수했다”고 말했다.
쿠팡의 이날 해명은 전날 정부 측에서 내놓은 반박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전날 민관합동조사단을 주관하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쿠팡의 주장은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 또한 “쿠팡 주장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 확인 중”이라며 “지난 21일 쿠팡으로부터 피의자가 작성했다는 진술서와 범행에 사용됐다는 노트북 등 증거물을 임의제출 받았다”고 설명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쿠팡은 진전된 중간 조사 결과를 공유 받은 정부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치는 모양새다. 우려와 달리 피해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조사 결과는 공개되지 않은 채, 정부와 국회, 국세청, 검·경의 전방위 조사·점검 압박만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내주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쿠팡 연석 청문회'를 앞두고 정부-기업 간 진실 공방이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쿠팡은 “현재 진행 중인 정부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하는 한편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