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 사회가 용인하는 실패 횟수는 1.3회, 미국과 중국은 각각 2.8회로 나타났다. 숫자를 그대로 읽으면 한국은 한 번의 실패까지만 허용하는 반면, 미국과 중국은 세 번 안팎의 실패도 성장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벤처업계에는 우스갯소리로 “매출 1000억원을 넘기려면 한강 다리를 세 번은 다녀와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데스밸리를 반복해서 통과해야 비로소 성과에 닿는다는 의미다. 실패는 예외가 아니라 통과의례에 가깝다. 관건은 사회가 그 실패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투자 시장의 태도는 더 분명하다. '성공한 창업가의 재도전'에는 몰리지만, 실패한 창업가의 재도전에는 인색하다. 한 번의 엑시트 경험은 확실한 자산으로 인정받는 반면, 실패했거나 피봇을 반복한 이력은 경력의 흠으로 남는다. 과거처럼 한 번의 실패로 배제되는 분위기는 완화됐지만, '학습으로서의 실패'가 제도적으로 평가받는 단계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다.
실리콘밸리는 'Fail Fast'를 외친다. 빠르게 실패하고, 그만큼 빠르게 학습하라는 뜻이다. 시장의 피드백을 더 정확한 R&D로 간주한다. 실패를 '비용'이 아니라 '정보'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투자자들은 오히려 경험에 가산점을 부여한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재도전 응원본부 발대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2/11/rcv.YNA.20251211.PYH2025121112890001300_P2.jpg)
이재명 대통령은 중기부 업무보고에서 “실패한 사람이 오히려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며 실패 경험을 자산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출범한 '재도전 응원본부'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실패로 주저앉은 창업가들을 다시 시장으로 불러내겠다는 메시지다.
그간 창업진흥원,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다양한 기관을 통해 재도전 정책은 이어져 왔다. 관건은 '간판'이 아니라 '방식'이다. 실패한 창업가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구조에서 벗어나, 실패 경험을 데이터로 축적하고 재도전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먼저 찾아가는 능동적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실패 원인과 역량을 기준으로 한 핀셋형 재설계가 요구된다.
여기에 실패를 감점이 아닌 통찰로 평가하는 금융시스템,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 실패한 창업가를 다시 품는 문화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실패할 자유가 보장될 때, 창업 국가는 더 빠르고 단단하게 현실이 될 수 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