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게임산업이 구조적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선택 가능한 신기술이 아니라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으로 부상했다.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심의 성장 공식이 한계에 도달한 가운데, 게임사들은 AI 투자를 넘어 전사적 AI 전환(AI Transformation)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전체 게임 이용률은 50.2%로 전년 대비 9.7%포인트 감소했다. 최근 5년간 게임 이용률의 연평균 성장률(CAGR) 역시 -6.8%를 기록하며 뚜렷한 내림세를 보였다. 게임 이용을 중단한 주된 이유로는 '시간 부족'이 44.0%로 가장 많았다. 콘텐츠 경쟁 심화 속에서 이용자 체류 시간을 붙잡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업계는 이러한 위기의 돌파구로 AI를 선택하고 있다. 글로벌 게임 AI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며 2034년 378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 등록된 게임 중 생성형 AI를 활용한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게임사가 콘텐츠 산업 중 가장 높은 생성형 AI 도입률을 기록하며 'AI 선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다. 크래프톤은 누적 1000억원 이상을 AI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개발·운영 전반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사내 AI 조직을 분사해 'NC AI'를 출범시키고, 한국어 특화 거대언어모델과 3D 생성 기술로 개발 효율을 높이고 있다. 넷마블 역시 국제학회에서 성과를 내며 테스트 자동화와 품질 관리 영역에서 AI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게임산업에서 AI는 단순한 자동화 도구가 아니다. 이야기와 캐릭터 생성, 실시간 현지화, 품질 관리, 이용자 분석까지 산업 구조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
김정태 동양대 SW융합대학 교수는 “게임은 언어 처리, 컴퓨터 비전, 실시간 상호작용 등 AI 기술을 집약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핵심 산업으로 손꼽힌다”며 “대형사는 AI를 활용한 고부가가치화를, 중소·인디 개발사는 제작 효율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