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왜 글로벌 기준의 기술창업기업이 나오지 않는가?”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공공기술사업화를 설명할 때 반복되던 질문이다. 그러나 이 질문은 이제 성과의 부재를 묻기보다는, 성과를 어떻게 더 확산시킬 것인가로 바뀌고 있다.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서는 매년 수만 건의 특허와 연구성과가 창출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창업과 기술사업화를 통해 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정책의 초점은 '성과가 나오느냐'가 아니라, 이미 창출된 성과가 더 많은 기업과 산업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도 분명하다. 2024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실험실창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공공연구성과를 기반으로 설립된 대학·연구원 창업기업과 기술출자·이전 창업기업은 총 3,562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ICT, 바이오·의료, 화학·소재 등 첨단기술 기반 기업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질적 성과 역시 두드러진다. 국가데이터포털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기업 중 고성장기업(근로자 10인 이상, 최근 3년간 매출·고용 연평균 20% 이상 성장) 비율은 2.3%에 불과한 반면, 실험실창업기업의 고성장기업 비율은 14.8%로, 공공연구성과 기반 기업이 일반 기업 대비 훨씬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공공기술 기반 창업과 기술사업화가 이미 양적·질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중요한 과제는, 이 성과가 개별 사례에 머무르지 않고 더 많은 연구자, 더 많은 기업, 더 넓은 산업 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성과 만든 구조: TLO 중심 기술사업화 모델의 의미
한국의 공공기술사업화는 그동안 기술이전전담조직(TLO) 중심 구조를 통해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 왔다. 기술 발굴과 이전을 중심으로 한 이 구조는 공공연구성과를 제도권 안에서 관리·활용하는 출발점을 마련했고, 다수의 기술이전과 창업 성과를 만들어냈다.
성과의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기술이전과 초기 창업까지는 제도적으로 연결됐지만, 연구자 주도의 사업화, 창업 기업의 스케일업, 민간 투자와의 구조적 연계에는 한 단계 더 진화한 구조가 필요해진 시점이었다.

![[에듀플러스][공공기술사업화 대전환]①“대학·출연연 기술, 이제 시장으로 간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1/01/news-p.v1.20260101.3cba88506f9d4bc8a3e3a8b5c2d9851b_P1.png)
◇왜 개편 필요한가: '성과 확산' 위한 구조 전환
이에 대해 최윤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성과혁신정책과 과장은 공공 R&D 성과가 산업 영역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주체별 역할 전환과 협업 구조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과장은 “실험실에서 창출되는 공공 R&D 성과가 실제 시장과 기업, 산업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연구자도 성과 확산에 대한 관점을 함께 가져야 하고, TLO 역시 기술이전을 넘어 기술지주회사와 협업하며 창업·투자 단계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설계하는 역할이 중요해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여기에 창업과 투자, 기업 성장을 담당하는 기술지주회사와 액셀러레이터(AC) 등 민간 사업화 조직의 역할도 점점 커진다”며 “결국 각 주체가 제 역할을 수행하고 협업해야 'Lab to Market'이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과장이 '왜 구조 전환이 필요한가'에 대한 정책적 문제의식을 제시했다면, 이제 남은 과제는 그 협업 구조를 어떻게 실제로 작동하게 만들 것인가다.
이 지점에서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COMPA)은 기술경영촉진사업(TMC)의 개편을 단순한 사업 조정이 아닌, 공공기술사업화 정책의 작동 방식을 재설계하는 플랫폼 전환으로 설명한다. 김병국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장은 이번 개편의 본질을, 기존 성과를 부정하는 변화가 아니라, 이미 축적된 성과를 더 넓고, 더 깊게 확산하기 위한 고도화 단계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그동안 TLO 중심 구조는 공공기술사업화의 출발점을 만드는 데 분명한 성과를 만들어 왔다”며 “이제는 그 성과가 일부 기술이전이나 개별 창업 사례에 머무르지 않고, 더 많은 연구자와 기업, 더 넓은 산업과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구조를 한 단계 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TMC 개편은 기존 정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부터 TLO, 기술지주회사, 민간 투자 주체까지 각자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이어되도록 공공기술 사업화의 '경로'를 설계하는 정책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특히 이번 TMC 개편이 유망기술 발굴-실용화 R&D-기술고도화-공공기술 창업·사업화-혁신제품지정·기업 성장으로 이어지는 '연속 지원 체계'를 통해, 우수 기초·원천 연구성과가 단절 없이 기술 스케일업과 시장 진입 단계까지 연결되도록 하는 구조적 장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연구성과가 기술이전이라는 '결과'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실제 활용되고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과정'까지 정책적으로 설계하겠다는 의미다. 김 원장은 “앞으로도 혁신 연구성과가 산업 가치로 전환되는 연결고리를 더욱 촘촘히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장의 시선: 기술지주회사 역할 재정의와 차세대 모델
이 같은 정책 방향과 제도적 전환의 흐름 속에서, 현장에서 공공기술을 실제 창업과 투자로 연결해 온 기술지주회사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장철성 한국기술지주회사협회장은 이번 TMC 개편을 기술지주회사가 공공기술사업화의 '핵심 실행 주체'로 재정의되는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장 회장은 “기술지주회사는 그동안 TLO를 통해 발굴된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과 투자, 기업 성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면서 “이제는 기술이전 이후 단계를 담당하는 보조적 주체가 아니라, 연구자와 TLO, 민간 투자 주체를 잇는 사업화의 중심 축으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2026년부터 도입되는 컴퍼니빌더 모델과 기술사업화 종합전문회사는 이러한 역할 변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중요한 장치”라며 “이는 공공기술을 보다 체계적으로 창업으로 설계하고, 민간 AC·VC와 협업해 시장에서 검증받을 수 있는 한국형 딥테크 벤처 스튜디오 체계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장철성 회장은 이 같은 변화가 기존 기술이전·창업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축적된 성과 위에서 공공기술사업화 생태계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성과 만든 구조에서, 성과 확산 구조로
우리나라 공공기술사업화 정책은 기술이전전담조직(TLO)을 중심으로 한 체계를 통해 공공연구성과를 제도권 안에서 관리·이전·창업으로 연결하는 데 의미 있는 성과를 축적해 왔다. 공공연구성과 기반 창업기업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일부 분야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술기업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만 정책 환경과 시장 여건이 변화하면서, 이제는 단순한 기술이전이나 초기 창업을 넘어 성과가 더 많은 연구자, 더 많은 기업, 더 넓은 산업으로 확산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해진 시점이다. 기술이전 이후 단계에서 창업의 스케일업과 민간 투자 연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위해서는 연구자, TLO, 기술지주회사, 민간 투자 주체 간 역할 분담과 협업이 보다 촘촘하게 작동할 필요가 있다.
기술경영촉진사업(TMC) 개편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지만, 기존 구조를 부정하거나 대체하기 위한 변화는 아니다. 오히려 TLO 중심 구조가 만들어낸 성과를 토대로 연구자-TLO-기술지주회사-민간 투자 주체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한 단계 고도화된 공공기술사업화 체계로 진화시키려는 정책적 선택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TMC는 공공기술사업화 정책이 '성과를 만들어내는 단계'에서 '성과를 확산·성장시키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연구실에서 출발한 공공기술이 시장과 산업, 나아가 글로벌 무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경로를 설계하고 연결하는 새로운 정책 플랫폼으로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