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의 위약금 면제 시행 초기 가입자 이탈 속도가 지난해 7월 SK텔레콤 위약금 면제 당시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응해 KT도 장려금을 살포하면서 연초부터 가입자 쟁탈전에 불이 붙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태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 번호이동 시장도 활황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위약금 면제를 시작한 지난달 31일부터 나흘간 다른 이통사로 번호이동한 건수는 총 4만527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월 SK텔레콤이 위약금 면제를 시행했을 당시 나흘간 기록한 4만1858건보다 8%가량 높은 수치다.
KT의 경우 면제 첫날 이통사로 7664명이 빠져나간데 이어 주말인 4일에는 1만9083명이 이동하며 이탈 강도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경쟁 이통사가 아닌 알뜰폰으로 옮겨간 수요까지 고려하면 나흘간 5만명이 넘는 가입자 이탈이 발생한 셈이다.
경쟁사들이 KT 이탈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공세에 적극 나서면서 이탈 폭을 키웠다. 여기에 단통법 폐지 이후 유통망의 지원금 지급이 한층 자유로워진 점도 기폭제로 작용했다. 일부 통신사는 유심 이동시 40만원 상당의 장려금을 지급하며 고객 유인을 높이고 있다.
KT 역시 맞불 작전에 돌입했다. 초기에는 기기변경 등 기존 고객 혜택 강화로 방어에 나섰으나, 이탈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자 번호이동 가입자에 대한 지원금을 상향 조정했다. 프리미엄 고가 요금제뿐 아니라 중저가 요금제 구간까지 보조금 지급을 확대했다.
통신사간 뺏고 뺏기는 '쩐의 전쟁'이 격화되면서 전통적으로 비수기로 꼽히던 1월 번호이동 시장이 이례적인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KT의 위약금 면제 조치가 이뤄진 초반 나흘간 총 13만4488명의 고객이 번호이동 대열에 동참했다.
이에 따라 올해 번호이동 시장도 작년과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휴대폰 번호이동 건수는 전년보다 25.1% 늘어난 787만7000건으로, 2014년 이후 11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킹 사태가 불러온 이례적 수요 이동이 경쟁 활성화를 견인했다.
업계 관계자는 “KT 위약금 면제 기간이 종료되는 13일까지 번호이동 시장에 이례적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통사의 현금창출력이 회복되면서 이탈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경쟁이 작년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