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역도 챔피언, 러 법정에 섰다… “사보타주·암살 모의 혐의”

러시아 출신 우크라이나 역도 챔피언 율리아 레메셴코가 러시아 모스크바 법정에 선 모습. 사진=타스통신 연합뉴스
러시아 출신 우크라이나 역도 챔피언 율리아 레메셴코가 러시아 모스크바 법정에 선 모습. 사진=타스통신 연합뉴스

2023년 가을 갑자기 자취를 감췄던 우크라이나 역도 챔피언이 러시아 모스크바 법정에 피고인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에서 사보타주와 암살을 모의한 혐의다.

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 독립 언론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역도 챔피언 율리아 레메셴코(42)가 지난해 11월 러시아 법정에서 19년형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출신인 레메셴코는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로 이주해 역도 선수로 활약, 2021년에는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이듬해 가을 그는 거주지인 하르키우에서 돌연 자취를 감췄다.

러시아 출신 우크라이나 역도 챔피언 율리아 레메셴코가 러시아 모스크바 법정에 선 모습. 사진=타스통신 연합뉴스
러시아 출신 우크라이나 역도 챔피언 율리아 레메셴코가 러시아 모스크바 법정에 선 모습. 사진=타스통신 연합뉴스

레메셴코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러시아 법정이다. 우크라이나 안보당국의 사주를 받아 사보타주와 암살 음모를 꾀했다는 혐의를 받는 피고인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레메셴코가 2023년 가을 텔레그램 챗봇을 통해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에 자원했으며 이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무기, 드론, 폭발물 훈련을 받았다고 봤다.

FSB는 성명에서 “2024년 8월, 레메셴코는 적(우크라이나)의 지시로 보로네시시에 파견되어 에너지 및 교통 기반 시설과 러시아 국방부 인력에 대한 교란 및 테러 행위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레메셴코가 자백하는 영상과 함께 그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발견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발성 액체, 에어로졸, 일회용 휴대전화 영상 등을 공개했다. 당국은 레메셴코가 감시한 러시아 공군 지휘관이 하르키우 폭격에 연루됐다고 추정했다.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나 관련 혐의로 구금된 사람들을 폭행해 거짓 진술을 받아냈다는 의혹을 받기 때문에 레메셴코가 받는 혐의가 모두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레메셴코는 러시아 당국의 주장을 부인하는 대신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는 법정에서 “내가 살았던 하르키우 교외 지역이 러시아 침공으로 얼마나 끔찍한 피해를 보았는지를 목격했다”며 “전쟁으로 많은 친구를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참혹한 광경을 목격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했다”며 “난 스스로를 겁쟁이나 나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러시아의 군사적 침략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레메셴코는 “내 말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명예와 양심이 더 중요하다. 나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했을 뿐”이라며 “나는 내가 싸우기로 결심한 나라의 시민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를 내 고향으로 생각한다. 우크라이나를 사랑하고, 하르키우를 사랑한다”고 진술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