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값비싼 백금 원자를 낭비하지 않고, 모든 원자가 수소 생산 반응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소재 활용의 극한 기술이 개발됐다. 자연계의 물리적 본능인 뭉침 현상을 원자 수준에서 해석하고 제어해 낸 결과다.
한국연구재단은 유성주 아주대 교수 연구팀이 수소 생산 촉매 성능을 결정짓는 백금 원자를 서로 뭉치지 않는 단일원자 상태 그대로 유지하는 기술을 개발해 소재 효율을 이론적 한계치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나노입자 형태의 백금은 수소 생산을 촉진하는 뛰어난 촉매 역할을 하지만, 비용 부담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또 입자 내부 원자들이 화학 반응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 효율이 낮다.
백금을 원자 하나 수준으로 쪼개어 넓게 펼치면 모든 원자가 표면에 노출돼 반응하기 때문에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백금은 불안정한 원자 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뭉치려는 강한 성질이 있어 수소 생산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실제 반응 구동 환경에서 백금 원자들이 서로 뭉치지 않고 최상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적 임계점을 찾아냈다. 이를 통해 백금 원자가 뭉치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투입된 모든 백금이 100% 반응 표면에 노출되는 극한의 활용을 실현했다.
그 결과 단 1g의 백금만으로도 기존 나노입자 82g에 해당하는 수소 생산 능력을 발휘했다. 이는 촉매 질량당 활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결과로, 최소한의 백금 사용으로 수소 생산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음을 뜻한다.
연구팀은 또 이 기술을 활용하면 복잡한 공정 없이 비교적 간단한 합성으로 촉매 제조가 가능하며, 장시간의 구동 실험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안정적인 수소 생산 효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소재의 물리적 한계를 예측하고 제어해 태양광을 직접 활용하는 수소 생산 시스템의 효율과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유성주 교수는 “촉매 성능 저하 원인을 원자 수준에서 이해하고 단순하면서도 본질적인 해결 전략을 제시한 것”이라며 “고가 귀금속 활용도를 극대화함으로써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공정의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에 온라인 게재됐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