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마트 홈 시스템 '연결'의 기술에서 '운영'의 기술로

김동민 경동나비엔 SH연구소장
김동민 경동나비엔 SH연구소장

'스마트 홈 시스템'은 오랫동안 미래 생활의 상징처럼 이야기됐다. 집안의 모든 제품이 연동돼 조명이나 각종 전자제품, 난방 등을 자동으로 조절하고, 날씨와 대기질에 따라 공기청정과 환기가 이뤄지며, 외부인의 감지 등 보안관제가 작동하는 모습은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들은 여전히 불편함을 호소한다. 조명은 조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난방은 온도조절기에서, 보안은 별도 플랫폼에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이 많아진 만큼 챙길 것이 늘어나고, 번거로움에 지친 사람들은 결국 사용을 포기한다. '스마트' 홈 시스템이 똑똑함을 잃게 되는 순간이다.

스마트 홈 시스템이 2% 부족한 이유는 '허브'에 있다. 허브는 스마트 가전과 가정 내의 기기들을 연결하고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허브가 잘 설계되면 난방, 냉방, 보안, 에너지 관리까지 한 곳에서 편리하게 제어할 수 있다. 반대로 허브가 없거나 기능이 약하면, 스마트 홈은 여러 개의 섬처럼 흩어진 기기들의 집합에 불과하다.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에 전화, 인터넷 등 다양한 기능이 담기고, '운용체계'에 의해 작동하는 것과 비슷하다. 스마트 홈 시스템에는 허브라는 중간 매개체가 필요하다.

게다가, 허브는 가전의 연결을 넘어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한다. 수많은 센서와 가전에서 모인 정보는 에너지 절약, 돌봄 서비스 등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원천이 된다. 이처럼 허브는 생활 데이터가 모이는 '저장소' 역할도 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 기능까지 갖춰야 한다.

스마트 홈 시스템의 대표적인 허브는 '월패드'다. 거실에 위치한 월패드를 통해 조명, 난방, 가스 차단 등을 조작할 수 있고, 도어록·CCTV, 주차 관제까지 연결하면 출입과 안전, 영상 확인 같은 핵심 기능이 작동한다. TV나 냉장고도 일부 허브 역할을 대신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은 '본업'이 우선인 가전이다. 반면 월패드는 집의 '운영'에 초점을 맞춘 장치이기에, 보다 넓고 믿을 수 있는 제어에 더 적합하다.

이처럼 스마트 홈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작동하는 신뢰'다. 인터넷이 잠시 끊겨도 냉난방·보안 같은 필수 기능은 유지돼야 하고, 누가 언제 방문을 했는지 등의 기록이 남아야 한다. 무엇보다 가족 구성원 누구나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생활 데이터는 필요한 만큼만 안전하게 활용돼야 한다.

따라서, 기업들이 스마트 홈 시스템 강화를 위해 월패드, 도어록, CCTV 등 핵심 분야의 전문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설비와 보안의 핵심을 외부에 의존하면 품질과 안전 문제를 통제하기 어렵지만, 시스템 구축부터 설치, 유지보수까지 통합 관리하면 그만큼 사용자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인프라가 불안하면 어떤 화려한 기능도 오래 사랑받기 어렵다. '기본 체제가 튼튼해야 그 위의 서비스가 오래간다'라는 당연한 전략이자, 산업 흐름이다.

오늘 우리는 스마트 홈을 '편의의 기술'에서 '생활 인프라'로 옮겨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스마트 홈은 연결된 제품의 집합이 아니라 연결된 집을 만들어 생활의 구조를 바꾸는 시스템이다. 고령화가 진행되는 사회에서는 낙상 감지, 출입 패턴 분석, 가스·화재 경보 같은 기능이 돌봄 부담을 줄이고, 에너지 측면에서는 실시간 사용량을 기반으로 절약 모드를 가동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 기업들은 그럴 듯한 '스마트'를 외치기 보단, 기본에 충실한 '스마트 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허브 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될 전망이다.

김동민 경동나비엔 SH연구소장 israin@kdiw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