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SW) 선정 기준'이 마련됨에 따라 3월 새 학기부터 이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은 물론 학교 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학교·서비스별로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기준이 다른 데다 학기 시작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정책이 급박하게 추진된 탓이다.
교육부는 6일 서울역 스페이스쉐어에서 학습지원 SW 선정 기준을 안내하고 현장 의견수렴을 위해 '에듀테크 산업계 간담회'를 개최했다.
학습지원 SW 선정 기준은 학교의 자율적인 인공지능(AI) 디지털 기반 교육자료 활용 지원을 위해 교육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협의에 따라 마련됐다. 3월부터 학교에서 SW를 교육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문제는 곧 새 학기가 시작하는 상황에서 개인정보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간담회에서도 개인정보 범위를 묻는 질의가 많았다.
현장 질의에서 프리윌린 관계자는 “어디까지를 개인정보로 보고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고 요청했고, 비주얼캠프 관계자도 “학생의 학년, 반, 번호와 접속 기록도 개인정보로 볼 수 있는지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지혜 교육부 인공지능융합인재양성과장은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를 사용하면 모두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것으로 법은 개인정보의 정의를 보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학생이 특정되면 다 개인정보라고 볼 수 있으며, 관련 내용은 따로 안내하겠다”고 답변했다.
촉박하게 진행되는 일정도 문제로 부각됐다. 장인선 리딩앤 본부장은 “지금 겨울방학인데 3월 학운위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너무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학교 현장의 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1학기는 유예기간을 갖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김덕기 PCNC 대표도 “3월에는 학운위 구성이 거의 되지 않고, 새로운 학운위를 갖추기 위해 후보자 공고를 거치면 빨라야 3월 말, 늦어지면 4월에도 구성된다”면서 “이미 학기가 시작한 상황에서 제도가 오히려 혼선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과장은 “제도가 처음 시행될 때는 항상 어렵고 여러 문제가 생기지만 이 단계를 넘기면 제도가 정착되고 현장에서도 용이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학운위가 늦게 구성된다면 1학기에 바로 제품을 적용할 순 없고 그 이후가 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에듀플러스]“3월 개학 앞두고 '에듀테크 대혼란'…학운위·개인정보 기준에 현장 술렁”](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1/07/news-p.v1.20260107.529eaddbdfa84f489e6a1fa561619f84_P1.png)
해외 에듀테크 제품과의 정보 주권에 따른 형평성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노중일 비상교육 글로벌컴퍼니 대표는 “서울시를 비롯한 11개 시도교육청의 '인공지능 맞춤형 교수학습 플랫폼(AIEP)'에 구글클래스룸, MS 팀즈 등이 포함됐는데 이들 빅테크 기업도 동일한 과정을 거치는지 의문”이라면서 “학교에서 하나하나 개인정보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데 이번 정책 이후로 AI 주권, 교육 플랫폼 주권이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재원 엘리스그룹 대표도 “한국 에듀테크 기업이 사용하는 AI 서비스 대부분은 자체 AI가 아닌 외산 API를 쓰고 있어 이 경우 개인정보 데이터가 해외로 넘어갈 수 있다”며 “알게 모르게 외국 서버로 넘어가는 개인정보에 대해 교육부가 어떻게 해외 기업 감사를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학교 현장도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교육부의 개인정보 관리 기준 공개 이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담당 교사가 수많은 SW 개인정보 처리방침, 기술적 보안 조치, 제3자 제공 여부 등을 일일이 확인하고 기안해야 하는 구조”라며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해야 할 교사에게 보안성 검증 업무까지 떠맡기고 있다”고 직격했다.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초 업무가 집중되는 시기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교총은 “가장 바쁜 시기에 각종 에듀테크 도구에 대해 일일이 증빙자료를 요구하고 학운위 심의 안건을 작성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감사를 언급한 부분도 교사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학운위를 거치지 않은 에듀테크 서비스 사용 사례와 관련해 황 과장은 “학운위는 서면이나 사후심의는 악용될 여지가 있어 현장심의를 강조하고 있다”며 “예외가 되기는 어려워 해당 사례는 추후 감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에듀테크 업계 관계자는 “오늘 간담회를 보니 3월 학교에 혼란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독려해도 모자란 데 감사까지 언급해 매우 당황스러운 심경”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이달 중 '에듀집' 내 에듀테크 업체의 학습지원 SW 필수 기준 준수 여부를 게시할 수 있는 게시판을 신설한다. 교육자료 콘텐츠를 제공하는 에듀테크 기업은 1월 넷째 주까지 필수 기준 준수 여부 및 증빙자료를 에듀집 게시판에 업로드해야 한다. 학교장은 소속 교원의 의견수렴과 학운위 심의를 거쳐 학습지원 SW를 최종 확정한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