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건강보험 우선순위는?

[ET톡]건강보험 우선순위는?

치매·암·희귀질환처럼 환자 1인당 비용이 수천만~수억원이 드는 고가 치료제가 속속 등장하면서, 건강보험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고가·중증 치료 수요는 증가하는데 이를 떠받칠 제도와 재정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언급하면서 현장은 혼선이 빚어졌다. 보험 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급여 확대 메시지가 나오고, 그 기준에 대한 설명은 뒤따르지 않았다. 감기처럼 자연 회복이 가능하거나, 탈모처럼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치료까지 건강보험 급여로 책임지는 것이 타당한지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준 없는 급여 확대가 낳은 혼선은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보장성 강화를 목표로 광범위한 급여 확대를 추진했다. 하지만 자기공명영상(MRI)을 포함한 고가 검사의 급여화로 의료 접근성을 넓혔지만, 이용량 급증과 재정 부담이란 과제를 남겼다.

이제는 상황이 긴박하다. 건강보험이 당장 올해부터 적자 전환되고, 2028년에는 준비금이 모두 고갈돼 파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정된 재정을 어디에 먼저 쓸지 정해야 한다.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는 신약과 치료기술을 급여할 때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의 비용효과성 평가로 치료가 생존과 삶의 질을 얼마나 개선하는지 따진다. 효과 대비 가치가 낮다고 판단되면 급여를 제한하고, 대신 암이나 중증 질환같은 치료는 고가라도 조건부로 수용한다. 사회가 먼저 책임질 영역을 분명히 하는 방식이다.

감기 같은 경증 질환에는 자기부담금을 높여 건강보험 역할을 조정하고, 그렇게 확보한 재원을 희귀질환·암·치매 같은 고가·중증 치료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 급여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은 채 범위를 넓히는 방식은 재정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사회가 책임져야 할 영역을 분명히 하고, 급여 기준과 우선순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