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이냐 과잉이냐'…의사 증원 놓고 정부·의료계 재충돌 조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3일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제3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3일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제3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사 인력 수급 추계 발표를 계기로 의대 증원 논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장기적인 의사 부족을 우려하며 증원을 추진하되, 신규 인력을 지역·필수·공공의료 분야에 배치하는 구조 개편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의료계는 '정원 확대만으로 현재 공백을 메울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양측의 충돌이 재연되는 분위기다.

14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대교수협)는 논평을 통해 “정부가 '현재의 공백'을 근거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효과는 최소 10년 뒤에야 나타나는 양성규모(정원) 중심 대책만 제시한다면 '원인과 처방'의 시간축이 맞지 않는다”면서 “정부 추계 자료에도 일부 시나리오에서는 단기 잉여 구간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문제는 의사 '총량'의 문제가 아니라 분포·유인·근무환경·법적 부담·전달체계 등 구조 요인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정원 논의와 별개로 정부가 지금 당장 책임지고 할 일인 필수의료 보상 정상화(수가), 의료사고 부담 구조 개선(법률·배상 지원 포함), 전달체계 및 수련 인프라 개선이 먼저 패키지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의사 인력수급추계위원회가 도출한 전망을 바탕으로 2040년 기준 최대 의사 1만 1136명 부족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향후 증원 규모를 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인공지능(AI), 업무혁신, 근로시간 단축 등을 감안해도 중장기적으로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전날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3차 회의에서도 신규 의사 배출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복지부는 증원분을 지역의사제 정원으로 적용하는 방안과 함께 △공공의료사관학교(가칭) 설립 △의대 없는 지역에 의대 신설 △계약형·복무형 지역의사제 운영 등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보정심은 2040년까지 인력 수급을 기준으로 지역의료 격차, 필수의료 인력 부족, 미래 의료환경 변화(AI·근무시간 단축 등), 교육의 질, 정원 예측 가능성 등을 종합 고려해 복수의 정원 시나리오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와 정반대의 해석을 내놨다. 의협은 자체 분석을 근거로 “정부 전망과 달리 2040년에는 오히려 최대 1만7967명이 초과 공급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정부가 의대 증원을 강행한다면 물리적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강경 대응 방침까지 세웠다.

정부는 “AI 진료 지원, 전자의무기록 활용 등 생산성 향상을 고려해도 의사 부족은 해소되지 않는다”며 추계 결과가 “현 시점에서 최선의 근거”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는 구조개혁 전에 정원을 늘리려 하고, 의료계는 구조개혁 없이는 증원 불가라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합의점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의협이 물리적 대응까지 언급한 이상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