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 주니 엉덩이 '벅벅'… 도구 사용하는 암소?

오스트리아 암소 베로니카(13)가 나무 막대기로 몸을 긁는 모습. 사진=빈 수의과대학교 안토니오 오수나-마스카로 박사후 연구원
오스트리아 암소 베로니카(13)가 나무 막대기로 몸을 긁는 모습. 사진=빈 수의과대학교 안토니오 오수나-마스카로 박사후 연구원

소가 빗자루를 마치 효자손처럼 사용하는 모습이 확인돼 과학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빈 수의과대학교의 인지 생물학자 앨리스 아우어스페르크 박사는 나무 빗자루를 도구로 사용하는 암소를 관찰한 결과를 이날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소의 도구 사용을 기술한 최초의 과학 논문이다. 그간 '정교한 사고력'을 요구하는 도구 사용과 관련해 침팬지, 코끼리, 까마귀, 돌고래, 문어 등 지능이 높은 동물의 도구 사용을 확인한 연구는 있었지만 소에 관한 연구는 없었다.

앞서 아우어스페르크 박사가 동물 혁신에 관한 책을 출간한 이후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과 지역 야생 동물에 대한 제보를 쏟아졌는데, 그중 한 암소의 영상이 박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관찰 대상이 된 베로니카는 오스트리아에서 곡물 제분소와 빵집을 운영하는 농부 비트가어 베겔레가 반려동물로 키우는 13살된 암소다. 베겔레는 베로니카가 10년 전부터 나뭇가지를 주워 몸을 긁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뻣뻣한 솔이 달린 빗자루를 반복적으로 주고 어떻게 이용하는지 관찰했다. 주로 솔이 달린 부분을 이용해 몸을 긁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오스트리아 암소 베로니카(13)가 빗자루로 몸을 긁는 모습. 사진=빈 수의과대학교 안토니오 오수나-마스카로 박사후 연구원
오스트리아 암소 베로니카(13)가 빗자루로 몸을 긁는 모습. 사진=빈 수의과대학교 안토니오 오수나-마스카로 박사후 연구원

그 결과 베로니카는 혀로 손잡이를 잡고 이빨로 단단하게 고정해 몸을 긁기 시작했다. 가설처럼 솔을 이용해 몸을 긁는 모습이 자주 관찰됐다. 총 70번 진행된 실험에서 베로니카는 빗자루로 76번이나 몸을 긁었다.

베로니카는 솔이 아닌 손잡이로 몸을 찌르기도 했다. 연구팀은 이 행동이 단순히 실수에서 비롯됐다고 여겼지만 특정한 패턴이 있었다. 유방이나 아랫배처럼 몸의 아래쪽에 있는 부드럽고 민감한 피부를 긁을 때만 손잡이를 사용한 것이다.

안토니오 오수나-마스카로 박사후 연구원은 “베로니카는 훨씬 더 신중한 접근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며 “그건 실수가 아니었다. 도구의 손잡이를 의미 있게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독일 가축 생물학연구소의 가축 인지과학자 크리스티안 나브로트 박사는 “동물이 도구를 사용하는 명백한 사례로 보인다”며 “매우 설득력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온라인에서 베로니카처럼 나뭇가지를 이용해 몸을 긁는 사례를 수집했다. 이 중 일부는 50만년 전 유럽 소와 분화된 인도 원산의 브라만종이었는데, 오수나-마스카로 박사는 “동물들의 본성에 매우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아우어스페르크 박사는 “인간은 수천년 동안 소와 가까이 살아왔지만 충분히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다”며 “어쩌면 소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라 소가 지능을 가진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것이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