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보조금 개편, 산업생태계 강화…“운영·제조 분리평가 도입, 택갈이 근절”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 개편, 산업생태계 강화…“운영·제조 분리평가 도입, 택갈이 근절”

정부가 전기차 충전기 운영사(CPO)와 제조사(EVSE)를 분리해 평가·선정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그동안 운영사 중심으로 지급되던 보조금 구조를 개편해, 우수 제조사 참여를 유도한다는 취지다. 저가 외산 제품으로 소위 '택갈이'를 하던 국내 충전기 제조업의 고질적 평폐를 근절하고, 기술력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를 강화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2026년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사업'에 운영사·제조사 분리평가 방식과 컨소시엄 방식을 도입한다고 22일 밝혔다.

그동안 전기차 충전기 설치 '사업수행기관'을 운영사 중심으로 선정하면서, 경영상태·사업관리·유지관리 등 운영 중심 항목 위주로 평가했다.

기후부는 올해부터 운영사와 제조사를 각각 평가·선정하고, '사업수행기관 선정'은 '운영사+제조사 컨소시엄 방식'으로 추진한다. 제조사는 기술개발 노력 등 충전기 품질·역량 중심으로 평가해 운영 역량뿐 아니라 제조 품질까지 반영함으로써, 충전 산업의 제조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환경산업 발전을 도모할 계획이다.

1분기 중 보조사업자 사업수행기관 공모를 하고, 2분기 중 운영사와 제조사 평가를 마무리하고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제조사에는 충전기 비용, 운영사에 공사비 등 그 외 설치 비용 관련 보조금 지급을 지급한다. 올해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은 1기당(완속 기준) 11㎾이상은 240만원, 7㎾는 신규 220만원, 교체 110만원이 지원된다.

정부의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은 초기에는 기기당 400만원(완속충전기 기준) 수준이었으나 매년 단계적으로 줄어들었다. 그동안은 충전기 선택과 가격 결정 권한이 보조금을 수령하는 운영사에 있다보니 제조사는 단가 인하 압박을 받아왔다. 운영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충전기 가격과 시공비 절감을 요구하고, 인건비 등 고정비를 줄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담을 제조사로 전가한다는 지적 꾸준히 제기됐다.

제조사 관계자는 “보조금이 줄어들수록 단가 인하 압박은 결국 제조사에 집중됐고, 그 결과 중국산 제품을 들여와 단순 조립하거나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저가 제품들이 시장에 유입됐다”면서 “국내에서 직접 제조하는 업체들은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제조 업계는 이번 운영사·제조사 분리평가 방식이 자체 기술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제조사 입장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운영사가 단독으로 참여해 보조금을 수령했지만, 앞으로 우수한 제조사를 컨소시엄에 포함하지 않을 경우, 최종 평가 점수를 받기 어려워질 것 전망이다.

산업 정책적 효과도 기대된다. 운영사는 대표적인 내수 산업인 반면, 제조업은 수출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다.

제조사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를 육성해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갖추면, 중국산 제품이 관세 장벽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미국·유럽·일본 시장에서 한국산 충전기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정책은 제조업 경쟁력은 물론 국가 산업 차원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