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한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폭우 속에 아기를 오랜 시간 노출시킨 사실이 알려지며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배우 싱윈(Xing Yun)은 지난 17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난해 작품 촬영 도중 아기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제작진은 물탱크 차량을 이용해 폭우 효과를 연출하고 있었으며 그는 비를 맞고 있던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우산을 씌우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출을 맡은 감독은 “화면에 배우 얼굴이 가려진다”는 이유로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아기는 어떠한 방수 장비나 보호 조치도 없이 차가운 물줄기를 그대로 맞으며 장시간 현장에 머물러야 했고, 계속해서 울음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싱윈은 “아기의 울음이 너무 괴로워 견딜 수 없었다”며 “대체용 인형을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제작진은 촬영 일정을 줄이기 위해 실제 아이를 현장에 세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미니드라마 현장에서는 여성 배우와 아역 배우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일이 반복된다”며 “성인이 감내하는 고통도 힘든데, 그 부담을 아기에게까지 지우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아기의 출연 대가는 800위안(약 16만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작품은 지난해 7월 공개됐으며, 싱윈이 주연을 맡았다. 현재 이 시리즈는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서 모두 내려진 상태다.
사건이 알려지자 중국 현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명백한 아동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제작진뿐 아니라 촬영에 동의한 보호자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의 배경으로 중국 미니시리즈 산업의 과도한 속도 경쟁을 꼽았다. 이른바 '단기간 대량 제작' 방식 속에서 비용 절감이 최우선이 되면서 아동 출연자의 휴식과 안전 기준이 쉽게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촬영장에서는 어린 배우들이 하루 16시간 이상 일하거나 연령에 부적절한 장면에 노출되는 사례도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는 지난 8일 미니시리즈에 출연하는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관리 지침을 발표했다. 해당 규정에는 정서적 충격을 줄 수 있는 연출이나 신체 능력을 초과하는 촬영, 폭력적 장면에 아동을 참여시키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업계 현장에서는 여전히 오랜 관행이라는 이유로 무리한 촬영이 반복되고 있어 실질적인 감독 강화와 처벌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