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남정석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대장암의 전이와 악성화를 촉진하는 '산성 종양 환경'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규명하고 이 과정을 주도하는 핵심 단백질로 '디스에드헤린(Dysadherin)'을 규명했다고 28일 밝혔다.
대장암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률과 사망률이 모두 높은 암으로, 상당수 환자가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돼 치료가 쉽지 않고 예후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암의 발생 원인을 유전자 이상뿐 아니라, 암세포를 둘러싼 환경, 즉 종양미세환경에서 찾으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종양미세환경은 암세포 주변의 면역세포나 섬유아세포 같은 세포 구성 요소뿐 아니라 산소가 부족하거나 영양이 결핍된 상태, 그리고 산성화된 환경과 같은 물리·화학적 조건까지 포함한다.
특히 종양 주변이 산성화되면 면역세포의 공격 기능이 약해지고, 암세포가 주변 조직을 파고들거나 다른 장기로 퍼지기 쉬워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산성 환경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의문에서 출발해 암의 진행과 전이에 관여하는 세포막 단백질인 디스에드헤린에 주목했다.
디스에드헤린은 정상 조직에서는 거의 발현되지 않지만 여러 암에서 유독 많이 나타나는 단백질로,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이 단백질이 대장암의 발생과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연구팀은 대장암 환자의 단일세포 데이터 분석과 생쥐 종양 모델 실험로 디스에드헤린이 많이 발현된 종양일수록 주변 환경이 더 산성화되고 암의 공격성과 재발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디스에드헤린이 암세포의 성질을 바꾸는 구체적인 과정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분석 결과, 디스에드헤린은 암세포 내부의 신호 전달 과정을 활성화해 카보닉 안하이드레이스-9(CA9)라는 단백질의 생성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CA9가 암세포 안에 쌓이는 산성 물질을 세포 밖으로 내보내면서 암세포 내부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반면 종양 주변 환경은 더욱 산성화된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디스에드헤린이 암의 진행을 단순히 보여주는 신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의 성질과 종양미세환경을 동시에 변화시켜 대장암을 더욱 악성화시키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데 의미가 있다.
남정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세포가 주변 환경을 어떻게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는지를 구체적인 신호 전달 과정까지 포함해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것”이라며 “향후 종양의 악성화와 전이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