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도시 경기 화성특례시의 수장을 맡고 있는 정명근 시장의 말이다.
화성시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인구와 산업이 동시에 팽창하며 반도체·미래차·바이오 등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급격한 성장 속도만큼 행정 체계의 한계, 교통과 주거 부담, 산업과 생활의 불균형이라는 과제도 함께 떠안아 왔다.
정명근 시장은 이런 성장의 이면을 관리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시 구조 자체를 전환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22조원을 넘어선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발판으로 산업 지형을 재편하는 동시에, 특례시 출범과 4개 일반구 체제 도입을 통해 행정 시스템을 권역 책임형으로 전환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또 자율주행 실증도시 조성, 바이오·헬스케어 클러스터 구축, 저출생 대응과 인재 양성 전략까지 도시 전반을 관통하는 중장기 설계도도 병행하고 있다.
정 시장은 “투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도시의 체질을 바꾸는 과정”이라며 “산업과 행정, 교통과 주거, 현재와 미래가 따로 움직이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민선8기 화성시의 과제”라고 말했다.

화성시의 투자 유치 성과는 단기간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민선8기 출범과 함께 투자를 선언이 아닌 실행 과제로 설정하며, 행정 전반을 '투자 중심 구조'로 재설계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인허가와 각종 행정 절차에서 기업이 체감하는 속도를 높이고, 행정이 기업의 일정과 판단을 따라갈 수 있도록 내부 구조를 조정했다.
당초 목표였던 투자 유치 규모는 20조원이었지만, 이를 2025년 6월 기준으로 조기 달성하면서 목표를 25조원으로 상향했다. 현재는 상향된 목표 대비 90% 이상을 이미 달성한 상태다. 중요한 것은 투자 금액의 크기보다, 어떤 산업을 중심으로 어떤 방향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지다.
화성시는 반도체·모빌리티·바이오·에너지 등 국가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도시의 중장기 산업 구조를 바꾸는 데 집중해 왔다. 여기에 투자 이후에도 기반시설 구축과 행정 지원을 약속대로 이행하며 기업과 신뢰를 쌓았고, 이는 재투자와 추가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투자 유치를 '한 번의 계약'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 관리'로 접근한 점이 성과 배경이다.
특례시 출범과 4개 일반구 설치는 화성시 행정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다. 기존 시청 중심의 단일 행정 구조에서 벗어나, 권역별 책임 행정으로 전환함으로써 산업 정책의 정밀도와 속도를 동시에 높이려는 시도다.
각 구는 권역별 산업 특성과 발전 방향에 맞춰 역할을 분담한다. 만세구는 국가산단과 에너지·해양 연계 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산업 기반을 책임지고, 효행구는 농업과 신산업, 주거가 조화를 이루는 균형 발전 모델을 구축한다. 병점구는 기존 도심과 연계한 중소 제조업과 도시재생형 산업을, 동탄구는 반도체·첨단기술·지식산업과 글로벌 기업 유치를 핵심 축으로 삼는다.
이런 구조는 투자 상담부터 인허가, 산업 지원까지의 행정 거리를 줄여 기업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투자 성과가 지역 전반으로 확산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화성의 가장 큰 강점은 검증된 산업 경쟁력이다. 제조업체 수와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1위라는 탄탄한 기반 위에 삼성전자와 기아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투자해 온 도시다. 고속도로·철도·항만·공항과 연계된 광역 교통망, 높은 인구 증가율과 비교적 젊은 연령 구조도 기업 입장에서 매력적인 요소다.
반면 도시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한 만큼, 대규모 투자기업이 요구하는 행정 지원 수준도 함께 높아졌다는 점은 과제다. 이에 대응해 입지 검토부터 인허가, 관계기관 협의까지 한 번에 지원하는 원스톱 행정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동탄테크노폴의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 지정 이후 동탄은 주거 신도시를 넘어 기술 창업과 벤처기업이 성장하는 혁신 거점으로 변화하고 있다. 세제 혜택과 제도적 지원을 바탕으로 초기 창업기업 유입이 늘었고, 반도체·바이오 등 지역 산업과 연계한 기술 중심 창업 활동도 활성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기업 부설연구소, 대학·연구기관이 밀집해 있어 연구 성과가 창업과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GTX-A 개통으로 판교·강남과의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동탄을 실증과 사업화 거점으로 삼고 수도권 남부 혁신축과 연계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화성시는 인공지능(AI)을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행정 혁신과 도시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핵심 전략으로 설정하고 빠르게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특히 AI 정책을 개별 사업이 아닌 도시 전체 시스템과 연결해 설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별성이 있다.
시는 지난해 AI 자문단을 구성해 데이터 기반 행정과 공공서비스 혁신, 미래 모빌리티 대응을 아우르는 AI 전환 로드맵을 구체화했다. 시민 의견을 반영한 사전 조사에서 교통과 안전 분야를 우선 적용 영역으로 설정하는 등, 기술 중심이 아닌 시민 체감형 정책 방향을 잡은 점도 평가할 만하다.
화성시는 AI 활용을 행정 효율화에 그치지 않고 도시 안전망 강화로 확장하려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중앙·지방 협력 플랫폼 구축을 통해 공공부문 AI 전환과 데이터 기반 행정을 위한 협력 체계를 마련하며, 지방정부 차원의 스마트 서비스 확산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AI를 통해 도시 정책과 행정 서비스를 전반적으로 재구조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앞으로 화성시는 AI 기반 스마트 행정과 산업 유치 전략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도시 경쟁력 강화와 시민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추진해 나갈 것으로 평가된다.
화성은 향남제약단지를 중심으로 한 의약·화장품 제조 기반 위에 동탄도시첨단산단을 축으로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 헬스케어 리츠 기반 시니어타운과 대형 의료시설이 결합되면, 의료 수요와 연구·임상·실증 기능이 함께 작동하는 바이오·헬스케어 클러스터가 형성될 것으로 본다.
이 구조는 병원 중심 연구와 임상이 관내 바이오 기업의 제조·사업화로 이어지는 산업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산업과 생활, 의료가 분리되지 않는 도시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자율주행 리빙랩 실증도시는 이러한 미래 산업 전략을 시민 일상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맡는다. 교통약자 이동 지원과 수요응답형 교통 도입을 통해 이동 선택지를 넓히고, 실증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정책에 반영해 기술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도시로 전환해 나갈 계획이다.

화성의 저출생 대응은 복지 정책이 아니라 도시 구조 전략에 가깝다.
첨단산업 중심의 일자리 창출로 청년과 신혼세대의 정착 기반을 만들고, 직주근접형 주거와 생활 인프라를 확충해 육아 부담을 줄여 왔다.
여기에 돌봄과 교육 정책을 촘촘히 결합하고, '화성형 영재교육'을 통해 반도체·미래차·바이오 등 전략산업과 연계한 인재를 지역에서 직접 키워내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교육과 산업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도시 전략으로 묶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화성은 이제 더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가 아니라, 성장의 방향과 질을 관리할 수 있는 도시로 가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산업과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단계였다면, 앞으로는 그 성장을 도시 구조 안에 안정적으로 담아내는 단계로 전환해야 한다.
투자 유치 성과가 숫자로 끝나지 않고 시민의 일자리와 생활, 지역 균형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남은 과제다. 산업과 행정, 교통과 주거, 교육과 돌봄이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방향으로 맞물려 작동하는 도시 구조를 완성하고자 한다.
지금의 선택이 10년, 20년 뒤 화성의 모습이 된다. 단기 성과에 흔들리지 않고 도시의 기본 구조를 단단히 다져, 시민이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

화성=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