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품귀에 GPU 보드 파트너도 “생존 어렵다” 곡소리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소비자용 그래픽카드(GPU) 시장을 직격하면서, 제품 가격 폭등과 공급망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및 DDR5 수요 폭증으로 일반 소비자용 GPU에 들어가는 메모리 공급이 후순위로 밀린 것이 원인으로 해석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 등 글로벌 리테일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지포스(GeForce) RTX 5090' 매물을 확보한 판매자가 없어 현재 구매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모델은 엔비디아 칩을 장착한 최신 GPU로 기함급(플래그십) 포지션을 맡고 있다. 현재 반도체 수급난과 가격 폭등 중심에 있는 핵심 모델이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 '다나와'에서는 높은 프리미엄이 붙어 일부 모델은 700만원대에 거래 중이다. 해당 모델은 1년 전만 해도 2400달러(약 343만원)에 가격이 책정됐었다. 품귀현상 심화로 2차 판매가가 급등하자 가격이 두 배로 올랐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상황도 마찬가지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도쿄 아키하바라 소재 주요 부품 오프라인 매장은 'GPU 종류를 불문하고 방문고객 그룹 당 구입갯수를 제한한다'는 안내 배너를 부착했다.

온라인 플랫폼 '다나와' 기준 지포스 RTX 5090 그래픽카드 최저가 추이
온라인 플랫폼 '다나와' 기준 지포스 RTX 5090 그래픽카드 최저가 추이

글로벌 그래픽카드 보드 제조사 조텍(Zotac)의 경우 이달부터 한국 공식 온라인 몰에서 해당 제품에 대해 '1인 1대'로 판매를 제한했다. GPU 새 상품 구매 후 재판매가 발각되면 해당 고객 계정을 정지하겠다며 고객 대상 '파파라치' 제도도 신설했다.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을 예상하고 물건을 대량으로 쟁여놓았다가 되팔려는 고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텍은 최근 GPU 공급 물량이 끊기거나 공급가가 터무니없이 높아짐에 따라 “제조사와 유통사의 존립이 위태로운 수준”이라며 이례적으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냈다. 조텍은 지난 27일 공지를 통해 “메모리 수급은 되지 않고 GPU 공급량도 줄인다는 발표가 있다. 몇가지 모델은 한동안 공급이 되지 않을 것이라 한다”며 “삼성이 제조 가능한 GPU 외에는 원할히 공급받는 것이 앞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조텍은 독자적인 설계 및 생산 능력을 갖춘 엔비디아 1티어(Tier 1) 파트너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는 엔비디아 칩을 공급받아 보드를 제작하고 소비자(B2C) 채널로 유통도 하는 에이수스, 기가바이트, MSI 등 보드 파트너 전반의 타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올해 초부터 AIC(Add-in Card) 보드 파트너를 대상으로 운영하던 OPP(Open Price Program)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OPP는 보드 파트너들이 권장소비자가(MRSP)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엔비디아가 지원하는 일종의 보조금 성격의 프로그램이다. 엔비디아가 이를 중단한 것은 게이밍 GPU 시장은 버리고 마진이 높은 AI 가속기 생산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