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산 자동차·목재·의약품 25% 관세 인상 발언은 전형적인 '트럼프 협상 방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한 압박성 발언으로 상대국을 흔든 뒤, 곧바로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이다. 실제 관세 인상보다는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한 메시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한국이 무역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관세 인상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행정 절차나 발효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관세 인상이 현실화하면 행정명령이나 연방 관보 게재 등 절차가 뒤따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 발언 하루 만인 28일 “한국과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한미 간 '대미 투자 이행'을 둘러싼 인식 차이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투자 이행이 가시적으로 속도를 내지 않는 점을 문제 삼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이미 양해각서(MOU)에 따른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해당 MOU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이 아닌 만큼, 국회 입법 일정이 곧바로 합의 위반으로 연결되기는 무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언급한 것은 제도적 문제 제기라기보다 협상 국면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정치적 메시지라는 평가가 많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외교적 합의나 절차보다는 정치적 효과를 우선한 것”이라며 “관세 문제라기보다 동맹국을 상대로 한 압박 카드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미국 내 정치 상황도 이번 발언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최근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헌 여부 판결 예고와 국내 정치 현안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대외 강경 발언을 통해 지지층 결집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할 필요가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미네소타주를 둘러싼 국내 정치 이슈로 여론이 흔들리는 가운데, 통상 이슈를 전면에 내세워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 내에서는 보호무역 기조가 여전히 유권자들에게 일정한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국내 정치적 부담이 커질 때마다 무역·관세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반복해 왔다.
이번 발언은 한국만을 겨냥한 조치는 아니라는 분석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EU, 캐나다, 일본 등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도 유사한 방식의 압박을 반복해 왔다. 강경한 메시지를 먼저 던진 뒤, 협상을 통해 조건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우병원 연세대 교수는 “이번 발언은 통상정책 변화라기보다 미국 내 정치 상황을 고려한 메시지에 가깝다”며 “한국이 성급하게 대응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과도한 반응은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