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관 공석이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부처 내 통신 규제·진흥 정책 콘트롤타워 공백이 지속되면서, 주요 통신정책이 중장기 발전 로드맵보다는 요금·사업자 규제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9일 과기정통부 따르면, 지난해 10월 16일 이도규 전 통신정책관이 정보통신정책실장으로 승진한 후 106일째 공석 상태가 지속된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9월 인공지능정책실 신설과 동시에 관련 대규모 실·국장 인사를 단행했다. 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을 전담하는 2차관실 내에서 국장이 공석인 보직은 통신정책관이 유일하다.
통신정책관은 정부 통신정책 방향을 설계하고, 기획·실행하는 핵심 보직이다. 현재 통신정책기획과장이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장기간 공백에는 부처 내·외부의 기수·인사 수요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정책관이 없다고 해서 해당 업무가 수행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통신 업계는 주무부처가 과도하게 오랜 기간 통신정책관 자리를 비워놓은 것에 대해 통신산업을 안일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가 차원에 총력을 기울이는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서도 필수 인프라인 통신 분야에 있어 장기 로드맵 구상이 필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한국의 정부입법에 해당하는 과정을 거쳐 디지털네트워크법(DNA)를 발의했다. AI·디지털 시대 경쟁력 확보와 장기적인 인프라 발전을 위해 투자 촉진, 네트워크 비용의 공정한 분담과 5G·기가인터넷 등 차세대 조기 구축을 위한 중장기 규제개혁 방안을 담은 법이다.
한국은 통신 분야에서 중장기 계획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유야무야 됐다. 지난 정부 시절 기간통신사, 부가통신사 등 통신 생태계 내 참여자 역할을 재정의하는 '디지털서비스법' 등이 논의됐지만, 답보 상태다. 과기정통부는 망 이용대가 등 인프라 진화와 공정성 담보를 위한 정책 설계에 있어서도, 국회 의견서 등을 통해 국회 논의를 따르겠다는 소극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무제한속도제어(QoS), 안면인증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용자 혜택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들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국정과제, 통신비 인하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전체 통신산업을 성장시킬 큰 그림을 놓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의 디지털규제 법안 문제제기, 망 이용대가, AI 시대 통신 인프라 고도화, 플랫폼 규제 등 여러 현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발생한 해킹 사건 이후 통신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을 정책도 필요한 만큼 인사 공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통신 정책이 부처 핵심 역할인 만큼 빠른 시일 내 인사를 통해 공백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